[나누는 기업들, 훈훈한 세밑]주식회사 ‘산타’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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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사랑의 체감 온도계’가 쑥쑥 올라가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1도를 간신히 넘었으나 28일까지 온도계는 86.9도까지 상승했다.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두 달간 ‘희망2006’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목표액은 1205억 원. ‘사랑의 체감 온도계’는 12억500만 원이 모일 때마다 1도씩 올라간다. 28일까지 벌써 1047억 원을 모았으니 100도에 다다르는 것도 머지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대기업들의 온정(溫情)이 물밀 듯 몰려들고 있기 때문.

대기업들의 연말연시 기부는 매년 있어 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성금 액수가 뛰었다. 삼성을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은 모두 100억 원을 넘게 냈다.

예전에 성금 100억 원은 삼성 정도나 상상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다른 곳도 큰 폭으로 금액을 늘리고 있어 사회 공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한 해가 되고 있다.

○ 불우이웃돕기 성금 급증

28일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성금 액수 1047억 원 가운데 기업이 낸 액수가 857억 원, 개인 및 사회단체 기부액이 190억 원이다.

857억 원은 지난해 기업 전체가 낸 580억 원보다 277억 원이나 많은 금액. 아직 성금을 낼 기업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액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성금을 가장 많이 낸 그룹은 삼성으로 지난해와 같은 200억 원을 기부했다. 하지만 호남지역 폭설피해 복구 성금 50억 원을 따로 냈기 때문에 올해 삼성의 이웃돕기 성금은 사실상 250억 원에 이르는 셈이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대한항공만 3억 원을 냈으나 올해는 8개 계열사가 모아서 한꺼번에 30억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10배로 높아진 것.

올해 공식 출범해 회사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실적도 좋았던 GS그룹은 50억 원을 쾌척했다.

‘성금 경쟁’은 금융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해 20억 원을 냈던 국민은행은 70억 원, 신한금융지주도 20억 원의 뭉칫돈을 내놨다.

○ 왜 이렇게 많이 내나

각 기업이 사회 공헌에 부쩍 신경을 쓰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김효진 과장은 “윤리경영이나 투명경영이 기업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름에 따라 앞 다퉈 사회 공헌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사회공헌협력본부의 김석중 상무도 “기업들의 불우이웃돕기가 일종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다”며 “‘반(反)기업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 공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성금 비율도 수직 상승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인 성금 가운데 기업들이 낸 기부금은 24%(2000년)→55%(2001년)→54%(2002년)→61%(2003년)→61%(2004년)에서 올해 82%로 껑충 뛰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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