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음악, 인터넷이 틀어준다…고객 취향 분석해 맞춤형 노래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21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GS수퍼마켓’에서는 눈으로 덮인 날 아침 분위기에 맞춰 이소라의 ‘디스 크리스마스(This Christmas)’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따뜻한 커피에 관한 노래와 크리스마스캐럴이 이어졌다. 이 시간에 매장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자녀와 남편을 학교와 직장으로 보낸 주부들. 매장의 음악은 이들이 주로 찾는 상품과 관련돼 있다. 이처럼 고객 취향에 맞춰 매장 배경음악을 바꿔가며 서비스하는 일종의 ‘음악 컨설팅’ 서비스가 최근 도입되기 시작했다. 인터넷 음악업체 블루코드는 롯데슈퍼, 한국까르푸, GS수퍼, GS25 등 유통업체와 함께 ‘뮤직매니저’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 마케팅과 음악이 만나면

GS수퍼 상계점의 음악은 날씨에 맞춰 매일 아침 변한다. 블루코드의 서버 컴퓨터가 날씨, 업종별 특성, 특정 지역 매장의 고객 수에 맞춰 차별화된 맞춤형 노래를 골라 매장의 개인용 컴퓨터(PC)로 자동 전송한다.

이 서비스의 비밀은 누리꾼이다. 블루코드는 회원 수 500만 명의 인터넷 음악사이트 ‘뮤즈’를 운영하는데 이들은 매일 40만 곡 이상의 노래를 실시간으로 감상한다. 이 음악감상 기록을 자료로 삼아 맞춤형 음악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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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코드는 회원의 나이와 접속 시간 등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40대 여성이 즐겨 듣는 곡을 뽑아낼 수도 있다. 회원의 접속시간을 기상정보와 대조하면 ‘비 올 때 어울리는 음악’이나 ‘더울 때 알맞은 음악’ 등도 찾아낼 수 있다.

매장 크기와 방문고객 수에 따라 공공장소 연주에 따른 저작권료에 차이가 있지만 소규모 매장이라면 한 달 평균 2만 원 정도에 서비스된다. CD 2장 값에 한 달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인터넷을 통해 누리꾼의 평가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 한국형 배경음악 회사 출현

미국에서는 배경음악 마케팅이 70년 전부터 활성화됐다. 뮤잭(muzak)이라는 배경음악 전문회사가 대표적. 뮤잭은 ‘음악 건축가’라는 음악 전문가를 고용해 매장 분위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한다.

커피숍 스타벅스도 배경음악 마케팅으로 유명하다. 스타벅스는 본사 차원에서 ‘스타벅스 CD’를 제작해 전 세계 1만여 매장으로 보낸다. 따라서 전 세계 어느 스타벅스에서든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타벅스 음악’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블루코드는 이런 외국 업체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배경음악 서비스’다. 블루코드의 특징은 각각 위성 라디오와 CD를 매체로 사용하는 뮤잭이나 스타벅스와 달리 인터넷을 매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값이 저렴하고 다양한 노래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

유진오 블루코드 이사는 “뮤직매니저는 누리꾼이 직접 신곡에 대한 반응을 보이므로 빠르게 유행을 따를 수 있다”며 “인터넷을 통해 블루코드가 보유한 모든 노래를 공급하므로 고객사 입장에서는 CD보다 훨씬 많은 노래를 틀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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