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 “휴대전화 혁신 초고속…5년, 10년뒤 생각 잠안와”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1분


코멘트
이기태 사장
이기태 사장
“후배들을 생각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올해 들어 휴대전화 1억 대 생산 기록을 세운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부문의 이기태(57) 사장이 16일 변화 속도가 빠른 정보기술(IT) 분야 최고경영자로서 인간적인 고뇌를 털어놨다.

이 사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IMI)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최고경영자 월례조찬회에서 ‘내 손 안의 큰 세상-삼성 휴대전화의 성장 요인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휴대전화의 기술 혁신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후배 직원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말을 했다.

그는 “시속 100km 이상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현재의 유선 인터넷 수준의 속도 이상으로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게 휴대인터넷(와이브로·WiBro) 기술”이라며 “일간 신문 36면을 내려받는 데 비대칭가입자회선(ADSL)이 2.1초 걸리지만 와이브로는 1.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래의 휴대전화는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방송망과 와이브로 무선랜 등 어떤 네트워크에도 접속할 수 있고 카메라 컴퓨터 TV 오디오 등 정보 기기가 하나로 융합된 ‘올 인 원(All in One)’ 단말기로 발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그의 말 속에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면 경쟁 대열에서 언제든지 낙오될 수 있다는 긴박감도 배어 있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만드는 삼성전자의 정보통신사업 부문에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한 해에 1800명∼2000명가량 된다”면서 “정보통신 부문에 뽑히는 신입사원은 삼성전자 다른 부문보다 평균 5점이나 높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이 5년, 10년 뒤 어찌 될까를 생각하면 밤잠을 못 잔다”면서 “내가 외부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처음인데, (후배들의 진로 때문에) 어떤 땐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계 최고 세계 1등 제품을 만들겠다는 경영 방침에 따라 삼성 휴대전화는 경쟁업체인 모토로라와 노키아 등의 제품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산 등 초저가 휴대전화 공세에 맞서 가격을 내리는 무모한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이 총괄하는 정보통신 부문은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58조 원)의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 브랜드 가치(15조 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국제경영원에서 2005 IMI 경영대상(기술혁신 부문)을 받았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