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코니 개조’ 두달 더 기다려라?…‘내년허용’에 실랑이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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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허용됐으니 발코니를 미리 확장해 달라.”(아파트 입주 예정자)

“내년 1월부터 허용되니 아직은 불법이다.”(건설업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택의 발코니 개조를 합법화하기로 한 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이런 갈등이 늘고 있다.

공사 중인 일부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은 곧 합법화되는 만큼 미리 발코니를 개조해 달라고 건설업체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체들은 “올해 말까지는 불법”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불법인 발코니 개조를 드러내 놓고 하다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건축물 사용 승인을 못 받거나 최고 50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

내년 초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아파트에 입주하는 3000여 명은 최근 대표자 모임을 갖고 입주 전 발코니 확장 공사를 촉구하는 공문을 24일 해당 건설업체들에 전달하기로 했다.

입주자 대표들은 “지금도 전국 203만여 채의 아파트가 불법으로 발코니를 개조한 상태인데 못해 줄 이유가 있느냐”고 따지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P사 측은 “우리도 개조해 주면 좋지만 불법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특히 일부 아파트는 발코니 골조 공사를 진행 중이라 다시 허물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내년 6월에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L 재건축아파트도 조합원들이 시공사 측에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발코니 개조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시공사가 거절해 마찰을 빚고 있다.

내년 중반 입주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과 강동구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도 ‘현실’과 ‘실정법’의 충돌 현상이 일어날 조짐이다.

일부 업체는 공사 기간을 늦춰 발코니 관련 공사를 내년 1월 이후에 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입주를 앞둔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런 논란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정부의 단속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아예 발코니 사전 개조를 내세워 미분양 아파트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30, 40평형 아파트를 짓는 S사는 지난 주말부터 건설현장 일대에 ‘발코니 무료 확장’ ‘실평수 14평 증가’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처럼 발코니 개조를 둘러싼 민원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준비 부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12일 발코니 개조를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하면서 대상 주택에 이미 준공검사를 받은 주택도 포함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 시행시기를 내년 1월로 정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완공을 앞둔 입주 예정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빌미를 제공한 것.

정부는 이에 대해 “불법은 불법”이라면서도 이미 보편화된 발코니 개조를 막으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건설교통부 이재홍(李載弘) 도시환경기획관은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내년 1월보다 앞당겨 추진할 수도 있는 만큼 입주민들이 잠시 기다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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