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쌍두마차 이마트 이경상 대표-백화점 석강 대표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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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반도유스호스텔(지금의 LG아트센터 자리).

1개월간 연수를 마친 삼성그룹 공채 16기 신입사원 250명이 인사 서류에 희망 계열사를 적고 있었다. ‘상사맨’과 ‘제조업’을 최고로 치던 당시 분위기에서 이들의 1, 2, 3지망은 순서만 달랐을 뿐 거의 똑같았다. 두 청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일모직 제일제당 삼성물산.’

현실은 달랐다. 둘은 동기생 44명과 함께 신세계백화점으로 배치됐다. 부모님들은 “대학 나와서 ‘서비스’가 웬 말이냐”며 실망했다.

하지만 두 청년은 현실을 받아들였다. 살인적인 업무와 교육을 묵묵히 이겨내며, 맡겨진 일은 120% 완수하고 위아래로부터 인정받으며 30년을 지냈다. 그 사이 나머지 동기들은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2005년 10월 24일. 신세계백화점 부문 석강(56) 대표와 이마트 부문 이경상(56) 대표, 동갑내기 두 청년은 30년 근속표창을 받았다.

○성향은 달라도 함께 걸어온 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석 대표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의 이 대표는 입사 직후 관리과에서 1년간 함께 근무했다. 석 대표는 신규사업 부문, 이 대표는 관리 부문 업무를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석 대표는 당시 이 대표를 “부드럽고 꼼꼼했다”고 기억한다. 이 대표는 석 대표가 “진취적이고 저돌적이었다”고 회상한다.

둘은 서로를 정확히 봤다.

석 대표는 1984년 영업총괄부장을 시작으로 영업전략실장, 백화점 천호점장, 본사 마케팅실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치며 영업통으로 성장했다.

이 대표는 1985년 영업관리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 이마트 지원본부장, 본사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내며 관리통으로 컸다.

최고경영자가 된 것도 석 대표는 서울 중구 충무로 본점 신축 프로젝트가 한창인 2003년, 이 대표는 이마트가 초고속 성장으로 점포가 70개를 넘어서면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2004년이었다.

○우정과 경쟁

두 사람은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관계”라고 한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30년간 상대방에게 해온 조언이 지금의 최고 자리에 오르기까지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석 대표는 “분석력이 뛰어난 이 대표의 의견이 백화점의 경영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하고, 이 대표는 “석 대표의 저돌적 도전정신을 본받아 이마트 경영에 적용하고 있다”고 서로를 치켜세운다.

‘상호보완’은 주로 사석에서 이뤄진다.

두 대표는 서울 반포에서 20년 넘게 이웃사촌으로 지내면서 주말이면 부부동반으로 만나 식사도 하고 등산도 하며 의견을 나눈다. 골프를 함께 치면서도 “장타를 주로 치지만 가끔 OB를 내는 석 대표”(이 대표)와 “홀 컵 바로 앞까지 정교하게 끊어 치는 이 대표”(석 대표)는 일 얘기를 계속한다. 근속 30년 휴가도 함께 해외에서 보낼 계획이다.

서로 도움을 주며 30년을 보냈지만 마지막 경쟁은 남아 있다. 아직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간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신세계 총괄 사장 자리를 맡아야 한다.

이 대표는 “우리 사이에서 승진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욕보이는 것”이라고 얼굴을 붉힌다. 석 대표도 “일에만 묻혀 사느라 인사공고가 난 뒤에도 승진사실을 몰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자리에 연연할 시간에 회사 일 하나 더 하는 게 우리 두 사람”이라며 “일 때문에 우정에 금 갈 일은 없다”고 했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았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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