土公 언론사에 꽃다발… 항의? 억울? 비아냥?

  • 입력 2005년 10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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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공사가 10일 본보 기자에게 보낸 꽃다발. ‘2000억의 분식회계 많이 억울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이종승 기자
한국토지공사가 10일 본보 기자에게 보낸 꽃다발. ‘2000억의 분식회계 많이 억울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이종승 기자
10일 기자는 회사로 배달된 작은 국화 꽃다발을 받았다. 리본에는 ‘2000억의 분식회계 많이 억울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간에 좋다는 피로해소제 한 병도 함께 배달됐다. 보낸 이는 한국토지공사 조재영(趙在榮) 홍보실장이었다.

토공이 이 꽃다발을 보낸 것은 기자가 쓴 7일자 기사 때문이었다. 이 기사는 토공이 회계조작을 통해 2000억 원 규모의 수익을 줄여 회계장부를 만든 사실을 감사원이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를 통해 적발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토공 관계자는 감사원 발표 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돼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을 감사원에서 잘못 이해했다”며 “진실은 본 감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인지를 문의한 기자에게 “토공은 확실히 2000억 원 이상 회계 조작을 했다”고 답변했고 본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은 감사원 발표대로 기사를 썼다. 그러자 토공이 홍보실장 명의로 관련 기사를 쓴 모든 기자들에게 ‘억울하다’는 의미로 꽃다발을 보낸 것.

이에 대해 토공 홍보실 관계자는 10일 “기사 내용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아니다”며 “기자를 한 명 더 알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해명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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