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글로벌기업들 몸집줄이기 경쟁 돌입

  • 입력 2005년 9월 3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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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세계적 기업에 감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일본 3위 전자업체인 산요가 28일 1만40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22일 일본 1위 전자업체인 소니의 1만 명(6.6%) 감원계획이 오히려 왜소해 보일 정도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세계 3위 자동차회사인 미국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8일 자회사인 독일 메르세데스자동차그룹에서 8500명(9%)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3위 항공사 델타항공은 23일 9000명(17%)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독일에서는 유럽 최대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이 3만 명을 감원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12일 흘러나왔다. 3만 명은 이 회사의 독일 내 직원의 3분 1(33%)에 이르는 규모. 모두 이달 한 달 동안 세계 굴지의 기업에서 쏟아져 나온 주요 감원계획들이다.

산요와 소니의 잇단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 발표는 삼성전자 등 세계적 경쟁업체와의 가격 및 기술경쟁 속에서 일본 전자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을 표출한 것이다. 산요의 경우는 그 정도로도 회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독일 최대 전자업체인 지멘스도 12일 2400명의 감원계획을 밝혔다.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은 5월 1만3000명의 감원계획을 발표해 정보기술(IT)업계에 살벌한 바람을 예고했다. 미 HP가 이에 질세라 7월 20일 1만4500명을, 같은 날 코닥은 2만 5000명을 각각 감원한다고 했고, 유럽 최대반도체업체인 프랑스 이탈리아 소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6월 3000명을 줄인다고 했다.

미국 독일 등 전통 자동차 강국에서의 감원 바람은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 등 동북아시아 자동차회사의 약진에 영향을 받았다. 세계 1, 2위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회사채 등급이 5월 초 ‘투기 수준’으로 떨어졌고 GM은 6월 2만5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노조와 협상하면서 임금동결의 대가로 2011년까지 강제 해고는 없다고 약속했다가 GM과 포드를 보고 위기를 느껴 다시 감원 얘기를 꺼내고 있다. 강력하기로 유명한 독일 노조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수천 명의 감원이 예상된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28일 “일본 도요타, 한국 현대차는 약진하고 있고 독일회사 중에도 BMW 포르셰는 고용을 늘리고 있다”며 “오펠(GM의 독일 자회사)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 등이 부진한 것은 세계화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효율이 떨어지는 경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는 올해 예상 밖으로 높아진 고유가와 저가항공사의 출현에 결정적 타격을 받았다. 델타항공과 같은 날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4위 노스웨스트항공은 23일 1400명의 승무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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