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200 돌파]뭉칫돈이 들썩 들썩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08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사는 김준영(가명·45) 씨는 지난주 A저축은행에 넣어 뒀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해약했다.

김 씨는 “주가가 오르는 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만기를 못 채우는 바람에 이자가 당초 약정했던 연 5.5%에서 2.0%포인트나 깎였다. 그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찾아 저축은행에서 찾은 1억5000만 원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

재테크에 보수적인 부자들의 ‘뭉칫돈’이 움직이고 있다. 부동산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옮겨 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본보 취재팀이 26일 국민, 신한, 조흥, 하나, 한국씨티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서울 강남지역 PB 센터를 취재한 결과 종합주가지수가 단기 조정을 받아 1,150 선까지 떨어지면 곧바로 증시에 투자될 뭉칫돈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지난주 내내 PB 센터는 증시 전망을 묻는 고객들로 붐볐다.

한국씨티은행 압구정골드지점은 22일이 만기인 지수연동 정기예금 상품에 예치됐던 20억 원 가운데 절반이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예전처럼 만기가 돌아오면 정기예금 상품으로 재투자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곳 이건홍(李建홍) 지점장은 “만기가 된 상품도 연 6% 수준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이 정도로는 고객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최근 PB 센터를 찾는 돈 많은 고객들은 적립식 펀드보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 펀드 투자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웰스매니저 노승규(盧勝圭) 부장은 “고객 가운데 5, 6명이 주가가 1,100 초반으로 떨어지면 펀드에 투자하려고 대기 중”이라며 “이들의 투자 금액을 합치면 최소 40억∼50억 원은 된다”고 했다.

B은행 강남 PB 센터의 한 직원은 “펀드 광고가 실린 신문을 들고 와 ‘아무 말 하지 말고 여기에 3억 원을 묻어 달라’고 한 고객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했던 23일 주식에 투자하겠다며 찾아온 고객이 많았다. 그만큼 대기 중인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일부 부자는 이미 상당히 오른 국내 증시가 부담스럽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국민은행 강남 PB 센터에는 3주 전부터 하루에 3억∼5억 원이 인도에 투자하는 펀드로 몰리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회사가 인도의 정보기술(IT) 관련 주식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이 20%를 넘었다.

국민은행 양차승(梁車乘) 강남PB 센터 팀장은 “주가가 갑자기 오르는 바람에 국내 증시를 노릴 기회를 놓친 부유층들이 해외 펀드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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