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中企 전기車 세계 첫 상용화”…KBS 검증않고 방송

  • 입력 2005년 9월 10일 03시 04분


KBS 1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수요기획’(수요일 밤 12시)이 6월 1일 내보낸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편에서 한 중소기업이 전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방영했으나, 방송 내용 중에 제대로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과장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더구나 프로그램을 제작한 외주제작사 대표가 해당 중소기업 사장의 친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중견 외주제작사인 JRN프로덕션(대표 전형태)이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종업원 1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체인 모 업체(KBS는 실명으로 방영)가 자체 기술로 세계 최초로 전기자동차의 상용화에 성공했다며 성공 과정을 1시간 동안 방영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자체 개발한 특수 알루미늄 차체와 200A의 리튬이온전지, 영국제 모터로 개발한 특수 엔진 시스템으로 최고 시속 220km로 약 200km를 달리는 전기자동차 모델을 개발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개발 작업은 100일 만에 이뤄졌으며 이 업체는 5월 18일 신차 개발 기자회견을 가졌다고 KBS는 방송했다.

그러나 이 차는 성능 및 주행 실험을 받지 않아 상용화 가능성이 아직 면밀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KBS는 “세계 최초 상용화”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이 차는 기자회견 전날인 5월 17일 배터리에 높은 열이 발생해 모터가 정지하는 일이 발생했으나 방송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방영 당시 KBS 내부 심의에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

KBS는 이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한 제보를 7월 중순 받은 뒤 감사에 나서 한 달 만인 8월 JRN프로덕션에 ‘수요기획’ 3년간 제작 금지 및 KBS 2TV ‘사랑의 가족’ 제작 금지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이 프로덕션의 또 다른 제작물인 KBS 2TV ‘행복한 밥상’과 1TV ‘병원 24시’ 등은 계속 방영되고 있다.

KBS 최종을 외주제작팀장은 “감사 결과 ‘세계 최초의 전기자동차 상용화’나 ‘신차’라고 한 부분은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며 “프로그램 제작 시 특수 관계자와 관련된 내용은 배제하도록 돼 있는 내부 윤리강령도 위배했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외주제작 관리에 문제가 드러났다”며 “도덕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 외주제작사는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JRN프로덕션 전 대표는 “동생 회사와 관련된 내용을 방영한 것은 경솔했음을 인정한다”며 “그러나 아이템이 재미있다는 측면에서 제작했을 뿐 다른 의도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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