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빚 못버티겠다” 개인파산 급증

  • 입력 2005년 8월 4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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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1∼6월) 빚을 많이 진 개인이 법원에 파산자로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 건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개인파산제도가 널리 알려지면서 신청자가 증가한 데다 경기침체로 더 이상 빚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인파산이 받아들여지면 빚을 탕감받는 대신 공무원 임용 제한과 신용카드 발급 중지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1만3931건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1만2317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월별 파산신청 건수는 △1월 1906건 △2월 1751건 △3월 2423건 △4월 2372건 △5월 2636건 △6월 2843건 등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파산 신청건수가 3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해 법원에 채무를 재조정해 달라고 신청하는 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1월 3084건에서 6월 4135건으로 증가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카드 빚으로 생활하던 사람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개인파산과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법원 법원행정처 정준영(鄭晙永) 송무심의관은 “변제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은 개인파산을, 직장이 있어서 빚을 일부라도 갚을 수 있는 사람은 개인회생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개인파산 등을 신청해 채무를 탕감받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면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경제본부장은 “개인파산 신청자 중에는 돈이 있으면서도 빚을 면제받으려는 사람도 일부 있을 것”이라며 “세무조사를 강화해 파산 신청자의 자산상태를 엄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개인파산:

현재의 경제적 능력으로는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이 빚을 탕감받기 위해 법원에 신청을 하는 제도. 이에 비해 개인회생은 빚이 10억 원 이하인 채무자를 구제하기 위해 법원에서 시행하는 신용불량자 지원제도다. 일정 변제기간(보통 5년) 내에 법원과 약속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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