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 상승세 주가 급제동…네자릿수 증시 ‘3일 천하’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코멘트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가 종합주가지수 1,000을 넘나드는 국내 증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1.89달러 오른 58.4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4월 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58.28달러)를 2개월여 만에 경신한 것.

기름값이 오르면 대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경제성장률도 낮아진다. 따라서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결국 20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9.03포인트 떨어지면서 다시 세 자릿수인 994.65로 마감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고유가 때문에 종합주가지수 1,000 안착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주식 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고유가로 당분간 1,000 안착 어려울 듯=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원인은 주요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나이지리아의 정국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 이효근 수석연구위원은 “7월 이후 일정기간 국제 원유시장의 수급 불안이 계속되면서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미국이나 한국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의 유가를 아직 반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모처럼 종합주가지수 1,000을 돌파한 국내 증시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대신증권 투자전략실 성진경 선임연구원은 “국제유가(WTI 기준)는 조만간 배럴당 60달러 선을 웃돌 것”이라면서 “일부 에너지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2분기(4∼6월) 실적 전망치도 추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오현석 연구위원은 “고유가는 주가지수 1,000 수준에서 차익을 실현하려고 매물을 내놓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인 매수전략은 피하는 게 유리=산업 분야별로 보면 유가가 오르면 정유와 석유화학 등이 혜택을 본다. 반면 항공과 운송, 철강, 전력 등의 업종은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과거 유가 상승기에는 해외 유전 개발 관련주나 대체에너지 관련 종목이 단기적으로 테마를 형성하기도 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단기적인 악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연말까지 큰 흐름에서 보면 주가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거시경제팀장은 “유가 상승이 증시에는 분명히 부정적인 요인이지만 이 변수가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기간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는 게 좋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김재은 연구원은 “고유가뿐만 아니라 기업 실적, 내수경기 회복 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최근 주가 흐름이 불안하다”면서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식을 사들일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