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형서 리더형으로… 기업 인재관 변했다

  • 입력 2005년 6월 2일 0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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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강대에서 열린 제3회 GE-맥킨지 대학생 리더십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이 한정된 재료를 이용해 3m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게임을 하며 창의성과 발표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GE-맥킨지
최근 서강대에서 열린 제3회 GE-맥킨지 대학생 리더십 워크숍에 참가한 학생들이 한정된 재료를 이용해 3m 높이에서 계란을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게임을 하며 창의성과 발표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GE-맥킨지
부산대 경영학과 3학년 박준휘(25) 씨는 7월 4일부터 2주간 운영되는 ‘제1회 BAT 리더십 아카데미’에 지원해 참가자 20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됐다.

박 씨는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들이 어떤 포부를 갖고 일을 시작했는지 알고 싶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고 싶어서 지원했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은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에게 달려 있는 만큼 각 기업들이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뽑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도 훌륭한 리더로 자랄 수 있는지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는 기업이 많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기업들은 시키는 대로 일하는 모범적 인재보다는 스스로 일을 찾고 추진함으로써 변화를 이끌어내는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인재상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키우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이끌 인재 키워라”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리더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서류 심사나 입사 시험 못지않게 서너 차례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다국적 담배회사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 코리아가 올해 처음 마련한 ‘BAT 리더십 아카데미’에는 대학생 20명 선발에 500여 명이 몰려 평균 25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학생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BAT코리아 기획홍보부 한송이 과장은 “지식이나 명석함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책임감을 갖고 팀을 잘 이끌어 나갈 자세가 돼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 28일 서강대에서 열린 제3회 GE-맥킨지 대학생 리더십 워크숍에서도 80여 명을 선발하는 데 1300여 명이 지원했다.

맥킨지컨설팅 강신우 컨설턴트는 “이 프로그램은 리더십에 대해 생각해보기, 팀별 활동, 의사소통능력 키우기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며 “직접적으로 리더십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스스로가 원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 리더십에 대해 다함께 이야기해보는 기회를 갖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리더십 키우려면

리더십 프로그램 운영 기업인 데일카네기 트레이닝 백현웅 컨설팅 3팀장은 “리더십을 키우려면 일단 많이 도전하고 경험하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주최하는 각종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해외 탐방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는 것이 좋다. 작은 모임에서 나름대로 리더가 돼 보는 것도 중요하다. 수업 중 참여하는 팀 프로젝트에서 팀장을 맡아 구성원을 어떻게 활용해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배낭여행, 기업 인턴십, 사회봉사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할 필요도 있다.

백 팀장은 “기업을 비롯한 각 조직에서는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시한다”며 “자신과 다른 의견과 부닥쳤을 때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겸손하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주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것은 리더가 가져야 할 기본 자질. 더불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리더에게는 주변 상황 변화에 따라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학생 때부터 사회 현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신문 등을 통해 사회 흐름을 눈여겨보고 자신이 맡은 업무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

한송이 과장은 “학생들 중에서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지식은 많이 알고 있지만 전반적인 시사 현안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의 관심 분야 이외 사회 전반에 대해 두루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리더십워크숍 참가 서울대 경영학과 김희연씨▼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 김희연(22·여·사진) 씨는 지난달 27일부터 이틀간 서강대에서 열린 GE-맥킨지 대학생 리더십 워크숍에 참가했다.

김 씨는 1년간 고교 동문회 회장을 맡는가 하면 영어 토론, 봉사 활동 동아리 등 각종 모임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한다.

“평소 시간 관리를 잘 못해서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기업의 리더들은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시간 관리를 비롯해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는지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어요.”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할극’을 통해 협상하기.

5명이 한 팀을 이뤄 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인수합병하는 상황을 제시한 뒤 협상을 진행하는 과제였다.

외국 기업은 단기 수익을 내기를 원한 반면 한국 기업은 연구개발에 투자하자는 주장을 하며 맞서고 있었다. 외국 기업 측은 2년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한국 기업 담당자 역할을 맡았다.

“협상이 결렬되면 결국 모두에게 손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상대방은 직원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현재 인원을 유지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않으면 적자 상태를 면하기 어렵다고 설득했어요.”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협상이 다른 방향으로 나갈 때 본론으로 돌아오도록 이끈 점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양한 부류의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도 의미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업을 하거나 고교 때부터 밴드 활동을 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리더십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김 씨는 처음에 막연히 리더는 ‘팀을 이끄는 사람’,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고만 생각했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삶을 이끌어 가는 주체라는 점에서 모두가 다 자기 삶의 리더라는 사실을 깨달았죠. 작은 조직에서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개발하고 자신에게 부족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리더십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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