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나폴레타노 “007에 갤럭시 옷 입히겠다”

  • 입력 2005년 5월 3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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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의 주연배우 피어스 브로스넌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공통점은?

이들은 이탈리아의 최고급 명품(名品) 신사복 브랜드 ‘브리오니’를 즐겨 입는다.

제일모직은 최근 신사복 ‘갤럭시’를 명품급 브랜드 반열에 올리기 위해 브리오니에서 40년 동안 상품기획 컨설턴트로 일해 온 가브리엘레 나폴레타노씨를 스카우트했다.

그가 제일모직에서 맡은 업무는 갤럭시의 브랜드 관리와 상품기획을 총괄하는 디렉터.

평생 이탈리아 신사복 업계에서 일해 온 그에게 생소한 나라 한국으로부터의 영입 제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제일모직의 끈질긴 설득과 명품급 신사복을 만들겠다는 열정에 마음이 흔들려 제의를 수락했다. 60대 들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자니 마음이 설렌다.”

나폴레타노 씨가 갤럭시에 대해 내린 첫 품평은 ‘갤럭시만의 대표 디자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갤럭시의 타깃 층이 다양해서 그런지 옷을 만들 때 기본이 되는 디자인이 4개나 된다”며 “갤럭시 하면 떠오를 수 있게 1, 2개로 줄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한국산 신사복 원단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북 구미시 제일모직 생산공장에 가 봤는데 일본도 만들 수 없는 고급 원단이 많아 놀랐다는 것.

“한국의 신사복 원단제조 수준은 패션 선진국 이탈리아와 대등할 정도로 우수하다.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과 제조공법, 상품기획 분야를 강화하면 세계적인 패션 명품 브랜드의 탄생도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

명품 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나폴레타노 씨는 같은 명품이라도 실제 값어치에 비해 비싼(Expensive) 것과 값어치 자체가 높은(Costly) 것은 구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중에게 명품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마케팅 비용 때문에 제품의 실제 가치보다 비싸다. 질이 좋아 가격이 비싼 ‘진짜 명품’은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찾아온다. 한국에서도 그런 제품을 만들고 싶다.”

스스로 ‘패션 DNA’를 타고났다고 말하는 그에게 한국 남성의 패션 감각에 대해 물어봤다.

“한국의 남성들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뭘 입을지’ 고민하는 게 행복하게 느껴질 때 패션 감각은 발달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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