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소호…개인사업자 영업 호전 조짐

  • 입력 2005년 5월 1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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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7) 씨는 최근 은행의 ‘빚 독촉’에서 벗어났다. 올해 들어 저녁 회식 손님이 늘어난 덕분에 연체 이자를 모두 정리했기 때문.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로 이자는커녕 부가가치세도 내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노래방을 하는 양모(41) 씨도 작년 10월 세금과 이자를 내지 못해 신용불량자에 등록됐다가 최근 완납해 신불자 꼬리표를 뗐다.》

일부 소규모 개인사업자(소호·SOHO)의 영업 상황이 호전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시중은행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소호 대출조직을 정비하는 동시에 소호만을 위한 대출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 개인사업자들이 과거 ‘미운 오리새끼’에서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소호 경기에 볕들까=소호 경기가 나아질지, 더 나빠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외환위기 이후 소규모 생계형 창업이 증가한 상태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진 데다 아직 경기회복세도 뚜렷하지 않아 ‘자영업 대란(大亂)’의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

은행권에서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은행 오용국(吳龍國) 기업금융담당 부행장은 “자체 연구 결과와 정부 통계, 각종 연구기관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소호 경기는 아직도 어렵지만 크게 우려할 시기는 지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지금 남은 개인사업자들은 앞으로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호 경기 ‘바닥 다지기’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호 대출상품 경쟁=소호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신상품 경쟁도 치열해졌다.

하나은행은 10일부터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최고 3000만 원까지 빌려 주는 ‘통장 하나로 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3개 이상의 신용카드 매출대금 입금계좌를 하나은행에 만드는 것이 가입 조건이다. 소호 업종 특성에 맞게 매주 분할상환 형식으로 설계된 게 특징.

하나은행은 작년 말 6조2000억 원이었던 개인사업자 대출을 올해 말까지 10조 원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말까지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석세스 론’을 판매한다. 연 4.99%의 금리(6일 현재)로 1억 원 이상을 빌려 준다.

▽소호 대출조직 정비=국민은행은 7월부터 전국의 모든 일반 지점에 개인사업자와 연간 매출액 30억 원 이하의 법인 고객만을 위한 전담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자영업자는 인근 지점에서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밀착형 대출’을 통해 전체 소호 대출을 10% 정도 늘린다는 구상이다. 대신 무분별한 대출을 막기 위해 신용평가를 철저히 하는 등 ‘옥석(玉石) 가리기’를 더욱 강화할 방침.

우리은행도 작년 9월 말 전산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소호 대출만을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했다.

우리은행 중소기업전략팀 소주영(蘇柱永) 부부장은 “성장 유망업종 위주의 우량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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