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5주년]철새 날아드는 공장… “이젠 자연의 벗”

  • 입력 2005년 3월 31일 15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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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관련 제조업은 환경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각 업체들은 친환경적 산업 시설을 갖추는 등 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토탈이 충남 서산시 대산읍 공장에 조성한 자연생태공원(왼쪽)과 GS칼텍스의 폐수처리시설. 사진 제공 삼성토탈 GS칼텍스
석유 관련 제조업은 환경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 인식돼 왔으나 최근 각 업체들은 친환경적 산업 시설을 갖추는 등 환경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삼성토탈이 충남 서산시 대산읍 공장에 조성한 자연생태공원(왼쪽)과 GS칼텍스의 폐수처리시설. 사진 제공 삼성토탈 GS칼텍스
1984년 12월 2일 늦은 밤 인도 중부 마드야 프라데시 주 보팔 시. 시민들이 잠을 청하려는 찰나 매캐한 냄새가 도시 전역을 휩쓸었다. 잠시 후 배와 눈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른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산업 재해로 꼽히는 인도 ‘보팔 참사’의 장면이다.

이 참사는 보팔에 있던 미국 유니언 카바이드사(UCC) 살충제 공장에서 맹독성인 메틸 이소시안염 가스 40t이 누출돼 3500명 이상이 사망한 사건.

보팔 참사 이후 정유와 화학 등 석유 관련 제조업은 대표적인 위험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유독가스나 폐기물로 인해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석유 관련 업체들이 공해 방지 및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등 ‘환경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어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오고 있다.

▽환경 경영은 필수=올해 2월 16일 지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이 발효돼 ‘환경’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

한국도 온실가스 배출 규모가 세계 9위이기 때문에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대상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들은 제품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온실가스는 ‘공공의 적’=SK㈜와 GS칼텍스(옛 LG칼텍스정유),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와 대한석유협회는 ‘기후변화협약 대책단’을 구성하고 올해부터 2007년까지 활동키로 했다.

업체별로는 SK㈜가 실시간 원격측정시스템을 통해 24시간 배출가스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GS칼텍스도 허동수 회장이 직접 나서 환경문제를 챙기고 있다. 회사 이름을 LG칼텍스정유에서 GS칼텍스로 바꿀 때 ‘정유’를 뺀 것도 대체에너지와 신(新)재생 에너지 등 환경을 고려한 에너지 종합회사로 나가겠다는 경영방침을 반영한 것이다.

▽친환경 경영=대체 에너지 개발을 비롯해 환경 친화적인 기업 운영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효성은 부산 수영구에 미생물을 이용해 하수 침전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소화가스발전소를 만들어 하수처리장에 필요한 전력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제주 북제주군 구좌읍 행원리와 강원 대관령, 경북 지역에 풍력 에너지 기자재를 공급해 설치 운영하는 한편, 아파트와 공장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설비 진단 및 열병합 발전 시스템 설계 및 시공, 사후 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충남 서산시 대산읍 공장에 폐수처리 방류수를 활용해 만든 자연생태공원에 청둥오리, 너구리, 토끼를 비롯해 미꾸라지, 붕어 등이 함께 서식하고 있다.

이 공원은 1988년 공장 건설 당시 녹지공간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공장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하고 있다.

공원에는 최근 백로, 왜가리 등 철새 떼도 자주 날아들어 지역 주민들의 휴식처로도 각광받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신헌철 SK㈜ 사장…“청정휘발유 만들자” 공정 혁신▼

SK㈜(사장 신헌철·사진)는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 이슈팀’을 구성해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2003년 발간돼 국내 환경단체에서 우수환경 보고서로 인정받은 SHE(안전, 건강, 환경)보고서를 올해부터 확대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로 발간할 계획이다.

또 제조과정에서 단순히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적 제품을 생산하고 이들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휘발유와 경유의 황 함량을 줄여 연료를 태울 때 공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종 공정을 추가하거나 개선하고 있다.

앞으로 이 같은 환경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환경 관련 기술에 대한 사업화를 적극 추진해 환경오염을 줄이는 기술을 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연료전지 기술에도 집중 투자▼

GS칼텍스(회장 허동수·사진)는 공해 및 오염방지를 위한 최우선 투자, 적극적인 환경보호 활동 전개 등 환경 관련 지침을 회사의 윤리규범의 핵심 요소로 명문화하고 있다.

환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목록을 작성한 뒤 목표를 세워 이를 줄여나가도록 할 예정이다.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한 정부의 정책 및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삼아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50만t가량 줄이기 위해 청정개발메커니즘(CDM)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2000년 연료전지 전문회사 세티(CETI)를 설립한 것을 계기로 연료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기술개발에 투자 역량을 집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 개선에 노력하는 우수협력업체를 지원해 보다 많은 업체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다.

▼고홍식 삼성토탈 사장…바다 정화운동 “주민 곁으로”▼

삼성토탈(사장 고홍식·사진)은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 배출량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기후변화협약에 대비할 계획이다.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시범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해외 선진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 또 대체에너지원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또 ‘1사(社) 1하천 가꾸기 운동’, ‘바다 정화운동’, ‘사랑의 나무심기’ ‘지역사회 생태계 보전 활동’ 등 지역 환경 보전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환경 최우선 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한편 공장 안에 조성돼 있는 자연생태공원을 중심으로 인근 늪지와 산을 잇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이를 세계적인 자연학습장으로 가꿔 나가는 환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상운 ㈜효성 사장…풍력에너지 실용화 위해 노력▼

㈜효성(사장 이상운·사진)은 대체에너지 사업의 성장성이 매우 밝은 만큼 대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현재 전체 에너지의 0.1%를 차지하는 대체에너지 비중은 2012년까지 5%로 높아진다.

효성은 2003년 대전 유성구 금고동에 매립가스발전소를 설립해 5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또 풍력 에너지 실용화를 위해 풍력 단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 사업 역시 환경 경영을 위한 주요한 방침 중 하나다.

예전에는 도시가스로 전기만 생산하고 이 때 발생하는 열은 폐기 처분했다. 하지만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여기서 발생한 열을 난방에 적용해 3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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