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신불자 대출 ‘그림의 떡’…요건 많아 실효성 의문

  • 입력 2005년 3월 30일 17시 49분


정부가 23일 생계형 신용불량자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은행권도 후속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이 신규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등 제약이 있는 데다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사실상 지원받기가 어렵기 때문.

은행들도 떼일 위험이 높은 대출이어서 사전심사와 사후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들 후속 대책=정부가 마련한 골격에 따라 은행들은 연 매출 4800만 원 이하의 자영업자에게 2000만 원 한도로 자금을 빌려주고 연 6∼8%의 금리로 8∼10년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주로서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열기로 한 사람을 주 대상으로 창업자금 중 20%를 본인이 부담하면 최고 2000만 원까지 대출해 줄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에게 기존에 하나은행에서 빌린 돈의 50% 한도 내에서 최대 2000만 원까지 빌려주기로 했다.

농협은 금리 7.85%, 대출기간 최장 10년으로 보증인이 없으면 1000만 원까지, 보증인이 있으면 2000만 원까지 빌려준다.

외국계인 한국씨티은행은 다른 곳에는 빚이 없는 채무자 가운데 개인신용등급에서 최저 기준을 통과하는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싱가포르 지역본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내용의 지원 방안을 다음달 중 마련할 계획이다.

▽정작 대상자가 되기는 어려울 수도=일부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거나 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등의 제약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격을 갖춘 신용불량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금이 필요한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창업에 실패한 사람들이지만 은행들은 현재 영업 중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업자등록을 한 지 3년 이상이 되는 사람으로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여러 곳에 빚을 진 다중 채무자에 대해서는 채권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주도해 은행 공동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한 은행 담당자는 “여러 은행이 모여 일일이 의견을 조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건전성 비상=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상당액의 돈을 떼인 채무자에게 무작정 새로 대출해 줄 수도 없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의 연체원금은 약 10조2447억 원으로 추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불량자에 대한 추가 대출은 건전성 분류를 하면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이 돼 대손충당금 부담이 너무 커진다”며 “금융감독원에 예외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낸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빌려줄 수 없는 사람에게 빌려줘야 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은행의 대출심사 기준과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고 털어놨다.

우리 하나은행의 영세자영업자 신용불량자 지원 방안
구분우리은행하나은행
대상자-영세자영업자 중 부양가족이 있는 가구주로서 회생의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2000만 원 이하 단독 채무자(다중 채무자는 제외)-영세자영업자로 단독 채무자, 또는 하나은행이 최대 채권자인 사람
-금융회사 총 채무액 5000만 원 미만
대출 조건-2000만 원 이내
-금리 연 6∼8%
-최장 8년 원금분할상환
-2000만 원 이내
-금리 연 6∼8%
-최장 8년 원금 균등분할상환
비고-창업 소요자금의 20%를 채무자가 조달하는 조건
-영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터스 운영
-무보증 원칙. 단, 대출금액 1000만 원 초과 시 인적보증 및 임차보증금 등에 질권 설정
자료:우리은행 하나은행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승진 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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