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경영원칙 선포 “불법 정치자금 안준다”

  • 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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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회의실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앞쪽)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열고 임직원의 행동원칙을 담은 ‘경영원칙’을 선포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불법 정치자금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연합
삼성그룹은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회의실에서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앞쪽) 주재로 사장단회의를 열고 임직원의 행동원칙을 담은 ‘경영원칙’을 선포했다. 회의 참석자들이 불법 정치자금 근절에 앞장서겠다고 선서하고 있다. 연합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재계 총수들이 참석해 합의한 ‘투명사회 협약’의 구체적인 화답조치로 풀이되며 다른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 28층 회의실에서 이학수(李鶴洙·부회장) 구조조정본부장 주재로 40여 명의 계열사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갖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삼성 경영 원칙’을 발표했다.

▽‘삼성 경영 원칙’ 어떤 내용 담았나=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함께 삼성 임직원들이 지켜야 할 행동 원칙을 크게 5개로 정했다. 이를 다시 구체적 행동 원칙으로 나눠 15개 세부 원칙과 42개 행동 세칙으로 구분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한다’는 실천 조항. 구체적으로 정치권에 불법 정치자금을 절대로 주지 않고 회사의 자금, 인력, 시설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삼성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선 더욱 분발해야 한다”며 “경영 전반에 걸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윤리 규정을 만들어 강력히 실천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삼성은 이와 함께 회계장부와 재무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고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사에서 파벌을 만들거나 사조직을 결성하면 엄단할 방침이다.

▽재계 반응=삼성의 경영 원칙 선언은 다른 대기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와 현대·기아자동차, SK그룹도 곧 정치자금 근절 선언을 내놓는 방안에 대해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재계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주는 것은 제도적으로 꿈도 꾸기 어렵게 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선도적으로 정치권과의 단절을 선언함에 따라 정재계의 ‘검은 거래’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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