벅스-음반사 ‘공생의 노래’… 지분60%-경영권 넘기기로

  • 입력 2005년 3월 6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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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의 인터넷 음악사이트 벅스의 경영권이 음반사와 기획사 등 음악 관련 업계로 넘어갔다. 벅스는 6일 지분 60%와 경영권을 대가 없이 음악업계에 넘기기로 도레미미디어와 예당엔터테인먼트 등 음반사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박성훈(朴晟燻) 벅스 사장은 조만간 사임할 예정이다. 벅스는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이트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음악 저작권 문제로 음반사 및 기획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경영권은 음반사의 손에=박 사장이 사임한 뒤에는 음악계 원로인 김경남(金京南)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음제협) 상임고문이 벅스의 경영을 맡을 예정이다. 김 고문은 음악업체별 지분 배분 등의 음악업계 내부 문제와 현재 벅스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벅스의 지분 57%를 갖고 있는 박 사장은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22.8%의 지분을 계속 보유하게 돼 단일주주로는 벅스의 최대주주로 남게 된다.

이번 합의에 참여한 도레미미디어 측은 “이대로 가다가는 벅스와 음악업계가 함께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생겼다”며 “앞으로 벅스 운영을 정상화하는 데 힘쓰고 음악업계 주도로 양질(良質)의 온라인 음악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의 배경=벅스 측은 그동안 음악 관련 업계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결국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신곡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후 사용자 수가 감소하면서 경영 위기가 날로 심각해졌고 결국 경영권을 분쟁 대상에 넘기는 해결책을 내놓게 된 것.

인터넷 순위조사사이트 랭키닷컴에 따르면 벅스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업체 가운데에서 줄곧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SK텔레콤의 음악사이트 ‘멜론’과 LG텔레콤의 ‘뮤직온’ 등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상당한 위기감을 느껴왔다.

음반업계 역시 벅스와 소송에 매달리다가는 급성장하는 이동통신업체에 시장을 몽땅 내줄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이번 합의로 인해 무료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음악업계는 최근 회사별로 자체 온라인 음악사이트를 만들어 온라인 음악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제 이동통신사나 인터넷 포털업체의 음악 서비스에 대해 벅스를 활용해 공동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합의한 음반사는 예당과 도레미 등 일부 메이저 음반업체들.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음반사도 벅스의 경영권과 지분 상당수가 음악 업계로 넘어온 상황에서 벅스 측에 협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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