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동안 예외를 인정받았던 부채비율 100% 미만 그룹들은 4월부터 다시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포함되지만 출자규제를 1년 동안 늦춰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17개인 출자총액제한 대상 그룹은 4월부터 10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같은 당정의 결정에 대해 ‘재계의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와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의 개혁의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되고 있어 출자규제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 대상 그룹 17개에서 10개로 줄어=정부와 열린우리당은 14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과 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 정책위 수석부의장, 이계안(李啓安) 제3정책조정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자산 5조 원 이상을 고수해 온 공정위가 한발 물러서면서 출자총액제한 적용 기준은 자산 5조 원 이상에서 6조 원 이상으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2002년 4월 출자총액제한 적용대상을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집단(이전에는 자산순위 30대 기업집단)으로 바꾼 이후 기업집단의 자산규모가 늘어난 만큼만 높여준 것.
이에 따라 현재 출자총액제한 대상인 대우건설과 함께 자산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서 올 4월 새로 편입될 것으로 예상됐던 CJ 대림산업 동국제강 효성 등 5개 그룹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3정조위원장은 “지난 2, 3년간의 경제규모 변화 등을 반영해 1조 원을 높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또 부채비율 100% 미만 그룹에 대한 졸업조항을 예정대로 4월부터 폐지하되 여기에 해당되는 삼성 롯데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그룹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 대상 편입을 1년간 유예해 주기로 했다.
이날 정부 여당의 결정으로 올 4월 출자총액제한을 받는 그룹은 현행 17개에서 10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출자총액제한 대상 17개 그룹 가운데 LG 현대자동차 SK 등 9개 그룹이 다시 지정되고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GS그룹이 새로 포함될 전망.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듯=당정의 이번 출자총액제한 완화 결정은 경제 살리기와 기업투자 활성화를 감안한 실용주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이나 공정위 모두 ‘경제 살리기’라는 정부정책 방향과 재계의 규제완화 호소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완화 수준을 최소한으로 억제한 것은 ‘현재의 대기업정책 기조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개혁 의지도 표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당정의 결정에 대해 자산기준 20조 원 이상, 부채비율 졸업조항 3년 연장을 주장해온 재계는 이번 당정의 결정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홍익대 김종석(金鍾奭·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재계의 요구에 ‘철옹성’처럼 반응해온 정부 여당이 상징적 의미에서나마 유연성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이번 절충안은 당정이 서로 입장을 봐주기 위한 성격이 강할 뿐 투자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옹색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재계 “요구 일부 수용됐지만 투자회복 미흡”▼
재계는 14일 당정협의를 통해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기준 등이 완화된 것을 반기면서도 대기업집단(그룹)의 투자의욕을 확대하는 데는 불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당정협의에서 결정된 내용이 재계가 요구해 온 ‘출자총액제한제 적용 기준 자산 20조 원으로 상향조정’과 ‘부채비율 100% 미만 대기업집단(그룹) 졸업 조항 3년 연장’ 등의 요구안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계는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에는 완화의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방침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李京相) 기업정책팀장은 “출자총액제한제 적용 기준 상향조정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기준인 6조 원은 너무 낮다”면서 “국회의 여야 논의과정 등이 남아 있는 만큼 기준을 대폭 완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으로 출자총액제한제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된 CJ 삼성 롯데그룹 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추가 완화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산 5조 원 기준이 유지되면 출자총액제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았던 CJ그룹은 “기준 상향조정으로 적용 대상에 들지 않게 돼 투자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됐다”며 반겼다.
삼성그룹 측은 “부채비율 100% 미만 대기업집단을 예외로 하는 규정이 없어져 4월부터 출자총액제한제 적용을 다시 받게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 1년간 적용이 유예됨으로써 한동안 투자 등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롯데그룹 관계자는 “당장 기업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게 돼 다행이지만 1년으로 정해진 유예기간은 전향적으로 재검토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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