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정부 부처마다 전례 없는 ‘인사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인사 실험’으로 공무원 사회의 안정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다면평가 결과가 나쁘면 보직 없다=재정경제부는 25일 국장과 과장급 가운데 다면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간부들에게 보직을 주지 않는 대신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다른 인사자료도 참고하겠지만 전 직원이 참여하는 다면평가와 업무유관 부서 직원들만 참가하는 다면평가 결과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부도 25일 서기관 이하 200여 명에 대한 인사를 하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다면평가 결과를 반영했다.
인사 방식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조직 전체가 동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이를 막기 위해 다음달 초로 예정했던 인사를 앞당겼다.
▽‘인기투표’로 간부 선임=공정거래위원회는 국장급 간부를 뽑을 때 기존 인사자료와 다면평가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의 선호도 조사를 반영하기로 해 ‘인기투표’로 간부를 선임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실시된 국장 인사를 앞두고 지원자들에게서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받기도 했다.
복지부는 또 지난해 말 사무관 승진 인사를 하면서 대상자들에 대한 면접 결과를 반영하기도 했다. 행정자치부는 팀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에서처럼 성과를 인사와 보수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엇갈리는 평가=공무원 사회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경제 부처의 과장급 간부는 “다면평가를 해보니 아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어 변별력이 제대로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 방식을 무리하게 공직 사회에 도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산업대 남궁근(南宮槿·행정학) 교수는 “급격하게 제도를 바꿀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날 수 있지만 관료 사회가 새롭게 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방향은 대체로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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