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관악산이 앞마당…산자락 아파트 ‘공기 프리미엄’

  • 입력 2005년 1월 25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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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구에서 공기 좋은 곳 추천 좀 부탁드려요 ‘아토맘’입니다.”

“동작구 본동 ○○아파트, 서울에서 드물게 ‘에어짱 아파트’입니다.”

요즘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세 문의만큼이나 자주 볼 수 있는 게시글 제목이다. ‘아토맘’은 아토피 피부염에 걸린 자녀가 있는 엄마, ‘에어짱’은 공기 좋기로 소문난 아파트라는 뜻.

지난해 새집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면서 무공해 벽지나 바닥재 시공을 통해 실내환경 개선에 나선 사람이 많았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바깥 공기가 좋은 아파트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식이 있는 자녀 때문에 지난해 서울 강남에서 경기 용인시 상현동으로 이사했다는 주부 최민희 씨(36)는 “바람 끝에 녹색 향취가 묻어나는 게 서울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며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학군보다는 공기 좋은 곳이 우선’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공기 좋은 아파트는 어디=객관적인 기준은 없지만 우선 아파트와 닿은 곳에 산이나 수목지대가 있는 곳들이 주로 거명된다.

경기도의 경우 김포 일산 분당 등 신도시와 산기슭의 원형이 남아 있는 용인 택지지구 등의 비(非)도로변 아파트들이라면 대부분 어느 정도 수준은 된다는 평. 반면 서울은 북한산 불암산 수락산 관악산 등을 끼고 있는 단지들 정도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종로구 무악동 ‘인왕산 무악현대’는 인왕산과 안산 사이에 위치해 있다. 33평형 상한가가 4억2500만 원 선으로 인근 홍제동 아파트들에 비해 평당 200만 원가량 비싸다.

무악동 하나부동산 정희원 사장은 “공기와 주변경관이 좋으면서도 광화문 마포 등지와의 접근성이 좋아 대기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기 프리미엄’ 생겨날까=공기 좋은 곳 치고 교통이 아주 좋거나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한 곳은 찾기 힘들다. 따라서 공기만으로 ‘웃돈 형성 효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 인근의 우정하이비젼, 삼성산주공, 지하철현대 등은 모두 ‘관악산 공기’로 유명한 단지들이지만 평당 시세는 800만 원 안팎으로 저렴한 편. 신림동 이석사 부동산 이종렬 대표는 “살아본 사람들은 맑은 공기에 감탄하지만 대로변과 멀고 진입로가 좁다는 이유로 시세가 저평가돼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입주한 서울 도봉구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는 북한산 조망이 가능하고 쉽게 등산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근 아파트보다 평당 300만 원 가까이 비싸게 거래된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정보분석팀장은 “예전에는 소음이 문제였지만 요즘엔 공기 나쁜 곳은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망권만큼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공기 인프라’도 돈으로 환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동별로 바람의 통풍 정도와 대기오염도를 수치화한 ‘서울 바람길 지도’를 제작해 2007년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맑은 공기 효과는 어느 정도=한양대 의대 호흡기내과 윤후주 교수는 “일부 아토피 피부염이나 천식 환자는 맑은 공기가 있는 곳에서 지내다 보면 증세가 호전되기도 한다”며 “특히 오랜 시간을 지내는 실내에서 나쁜 공기를 접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이상일 교수는 “알레르기성 질환과 공해의 연관성이 뚜렷이 나타난다고는 볼 수 없다”며 “다만 신생아나 유아시절에는 전반적인 면역성이 떨어지므로 좋은 공기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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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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