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가격파괴' 가속화

  • 입력 2005년 1월 25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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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가전제품의 가격파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주로 액정표시장치(LCD) TV와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를 비롯한 디지털TV와 컴퓨터, MP3플레이어 등의 분야에서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TV는 아날로그 TV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어 막대한 미래시장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컴퓨터는 정보기술(IT) 경기가 꺾이면서 오래전부터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상상하기 힘든 가격대로 내려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성능과 가격을 잘 비교해 제품을 살 필요가 있다.

▽디지털 TV, 중소기업의 가세=디지털TV 수출 중견기업인 디보스와 이레전자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격하락이 본격화되고 있다.

디보스는 롯데백화점을 통해 40인치 LCD TV를 499만원에 팔고 있다. 삼성전자(40인치 560만원), LG전자(42인치 575만원)와 비교해 10% 이상 싸다.

이레전자는 2월부터 32인치 LCD TV와 42인치 PDP TV를 삼성, LG전자보다 100만원 싸게 팔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편 삼성전자 주우식(朱尤湜) 전무는 작년 4분기(10~12월)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30인치대 LCD TV 가격을 연말까지 1500(약 157만원)~2000달러(약 210만원)로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보다 가격을 40~50% 낮추겠다는 설명이다.

PDP TV도 급격히 떨어져 디스플레이서치는 작년말 42인치 PDP TV 가격이 3880달러(약 407만원)에서 올해말 2695달러(약 283만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트북, 100만원도 안된다=델코리아는 작년 9월 99만9000원짜리 노트북컴퓨터를 내놓으며 가격파괴에 불을 당겼다. '주문형 조립생산'을 내세운 생산원가 절감으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델컴퓨터가 노트북에서 가격거품을 빼기 시작한 것.

작년말에는 삼보컴퓨터와 일본계 소텍컴퓨터가 90만원대 노트북을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보컴퓨터는 "제품 한대당 이익률을 낮추고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정책"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또 15인치 LCD와 초고속 무선랜 기능을 갖추고 있어 고급형 노트북에 뒤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1,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며 "저가 브랜드로 제품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새해벽두에 애플발(發) 가격파괴=미국 애플컴퓨터는 이달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 컨퍼런스'에서 99달러 MP3플레이어(아이포드 셔플)와 499달러 데스크톱 컴퓨터(맥미니)를 선보였다.

저장용량이 512MB(약 120곡 저장)인 아이포드 셔플은 국내에서 12만5400원(부가세 포함)에 팔릴 예정인데 한국의 경쟁모델은 20만원대 후반이다. 이에 따라 국내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들도 가격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코리아 손형만(孫亨萬) 사장은 "아이포드 셔플 출시 이후 베스트바이 등 미국의 대형 가전유통업체에서 세계 각국의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에게 일제히 공급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1.25GHz 속도의 중앙처리장치(CPU)가 탑재된 맥미니의 국내 판매가격은 62만3700원.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를 별도로 사도 80만원 수준이어서 기존의 가장 쌌던 제품(e맥)보다 20만원 정도 싸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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