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델은 같은데…해외선 ‘펄펄’ 국내선 ‘설설’

  • 입력 2005년 1월 10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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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산 차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나 아반떼XD로 예상하기 쉽지만 정답은 GM대우자동차의 칼로스다. 20만 대 넘게 팔렸다. 해외 판매 2위도 국내에서는 그저 그런 차로 통하는 현대차의 클릭이다. 19만7000여 대가 수출됐다. 외국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차가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인 경우가 많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차들이 내수 판매가 신통치 않은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너무 과소평가됐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취향이 달라서…”=수출은 잘 되지만 내수가 시원찮은 ‘외화내빈(外華內貧)’형 차량의 속사정은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이유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국가별로 판이하다는 것.

현대차의 라비타는 승용차의 안락함에 레저용차량(RV)의 특성을 추가한다는 콘셉트가 도입됐다. 이 때문에 아반떼의 플랫폼(차량 기본 구조)을 이용해 만들었으면서도 차체는 키웠다.

현대차는 유럽 수출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지만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모델이기 때문에 내수 판매도 괜찮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RV도 아니고 승용차도 아닌 애매한 차’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가솔린엔진이 장착돼 RV보다 유지비가 높다는 불만이 나왔다.

이 때문에 라비타의 작년 한 해 내수 판매량은 1661대로 단종(斷種) 차량을 빼면 꼴찌다. 한 달에 138대가량이 팔린 셈이어서 현대차가 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차종’으로 분류할 정도다.

반면 수출은 5만 대를 웃돌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차고(車高)’가 높아 운전하기 편리하고 RV처럼 다목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현대차의 클릭도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차량. 1300cc급과 1500cc급 엔진을 얹었지만 외관이 경차와 같은 ‘해치백 스타일’이어서 눈길을 끌지 못했다. 소형차도 세단처럼 우아하고 점잖아야 한다는 한국 소비자들의 ‘고집’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시기를 못 맞춰서…”=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모닝은 시기 조절에 실패한 케이스.

현대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작년 4월 내놓은 투싼은 출시 초기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떨어졌다.

이유는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때문. 품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를 미뤘기 때문에 재고량이 부족했고, 이로 인해 계약자들이 차를 받는 데 석 달 이상이 걸렸다. 그 과정에서 넉 달 뒤인 8월에 기아차가 투싼의 ‘형제 모델’인 스포티지를 내놓자 고객들이 스포티지로 마음을 돌려버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에서 스포티지와 별 차이가 없는 투싼이 초기 마케팅 실패로 국내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모닝은 경차 혜택 시기를 잘못 예측해 판매가 부진했다. 모닝은 경차의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차체를 키우고 엔진도 1000cc급을 얹었다. 여기에는 경차 혜택이 800cc 이하에서 1000cc 이하로 확대될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했다.

하지만 경차 혜택 확대 방안이 2008년부터 시행되기로 해 ‘세제(稅制) 혜택이 없는 경차 후보’라는 이미지만 굳어졌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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