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위험 높은 BBB회사채 내년 상반기 3조1600억 만기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3분


수익률은 높지만 투자 위험이 큰 BBB등급 회사채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 중 상당수가 자금난에 몰려 내년 상반기(1∼6월)에 3조1600억 원에 이르는 이 등급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채권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1999년 ‘대우채 사태’와 2003년 ‘카드채 대란’ 때처럼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마비돼 채권 투자자나 기업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

10일 회사채 신용등급 평가 업체인 KIS채권평가와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 10일 현재까지 개인과 상호저축은행 등 소액 투자자가 BBB등급 회사채를 거래한 규모는 지난해(2조3687억 원)의 2.9배인 6조8284억 원.

채권을 30억 원 이하 단위로 사고파는 소액 투자자의 BBB등급 회사채 거래금액이 6조 원을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이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를 내면 해당 기업 회사채를 편입한 펀드에 환매(還買·자금 인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다른 회사채의 가격마저 연쇄적으로 급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KIS채권평가 이진오(李珍五) 선임연구원은 “설마 부도가 나겠느냐는 생각으로 위험도가 높은 채권을 사는 사람이 많다”며 “채권 투자로 은행 금리의 2배에 이르는 5∼8%의 수익을 올리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BBB등급 회사채의 발행액도 올해 3조2638억 원으로 작년(2조1997억 원)에 비해 48.4% 증가했다.

특히 건설업체 발행 BBB등급 회사채는 전체 발행액의 61.7%인 2조137억 원으로 지난해 (1조1447억 원)보다 75.9% 늘었다. 수도 이전 특수(特需) 등을 노려 사업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건설업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 이전 계획이 백지화됐고 건설경기가 침체돼 건설업체 발행 BBB등급 회사채는 채권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회사채로 취급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경묵(林敬默)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채권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며 “한 기업이라도 부도를 내면 이 오해가 깨지면서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BBB등급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인 기업이 발행한 채권으로 BBB+, BBB0, BBB―로 나뉜다. 기업 신용등급은 AAA부터 D까지 18단계가 있다. BBB― 이상은 투자등급, 그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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