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싱가포르 FTA]‘동남아 사통팔달’ 무역교두보 삼았다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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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29일 싱가포르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함에 따라 한국과 세계 각국과의 FTA협상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FTA협정으로 대외신인도를 높이고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싱가포르가 북한 개성공단 생산제품에 대해 남한 제품과 동일한 특혜관세(GSP)를 부여하기로 합의해 남북한 경협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시장에 싱가포르를 통한 ‘제3국산 제품의 우회수입’이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대외신인도 상승▼

▽대외신인도 높이고 동남아 진출 활기=양국간 합의에 따라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한국은 싱가포르의 물류 금융 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상품에 대해서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한국은 싱가포르산 공산품에 대한 무(無)관세율(전체 품목 가운데 무관세품목의 비율)을 현재 15%에서 향후 10년간 91.6%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민감한 공산품은 관세 철폐까지 10년의 유예기간을 인정받았다. 또 대다수의 농수산물은 자유무역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싱가포르가 재수출 비중이 높은 중계무역국인 점을 감안, 엄격한 원산지 규정을 마련하고 급격한 수입증가를 막기 위해 양측 모두에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권’을 부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양국간 경제교역 및 투자가 현재보다는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시장규모가 작은 데다 이미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해서 무관세화가 실시되고 있어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한국의 확고한 시장개방 의지를 대외적으로 알리게 된 점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싱가포르를 활용한 ‘3국 기업’의 투자유치도 쉬워졌다.

▼날개 단 개성공단▼

▽개성공단 판로 확보됐다=한-싱가포르간 FTA는 개성공단을 통한 남북거래가 사실상 민족내부 거래로 인정된 최초의 국제 무역협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북한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남한에 무관세로 반입한 뒤 다시 무관세로 싱가포르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즉 제품 원산지 표기는 ‘북한산(made in DPRK)’으로 기록되지만 남한에서 생산된 제품과 동일한 관세만 내면 된다는 것.

개성공단은 시범단지와 1단계 사업까지는 생산된 제품을 남한이나 중국 등지로 수출하면 돼 판로에 문제가 없지만 800만평의 본단지를 조성했을 때에는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컸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각종 규제가 여전한 데다 북한산 제품의 국제적 신인도가 낮아 판로 확보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개성공단 진출 희망 의사를 보이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번 한-싱가포르간 FTA 체결로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산’으로 대우받게 됨에 따라 개성공단 사업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 △수출판로 확보라는 3박자를 갖추게 됐다.

▼세계시장 공략 청신호▼

▽FTA 변방에서 중심지로=한국은 그동안 FTA 후진국이나 주변국으로 불릴 정도로 FTA 체결이 부진한 편이다. 현재 칠레가 유일한 FTA 체결국이고 두 나라간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FTA를 체결한 나라들의 경우 FTA 체결국 교역은 활발하다. 멕시코의 FTA 체결국 수출비중이 96.2%에 달하는 것을 비롯해 △유럽연합 74.6% △칠레 66.4% △싱가포르 51.0% △미국 41.1% 등으로 매우 높다.

한국이 FTA 추진을 가속화하지 않을 경우에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싱가포르와 협상 시작 10개월 만에 FTA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둠으로써 이 같은 전략에 힘을 싣게 됐다.

한국은 일본과 지난해 말부터 협상을 시작했고 ASEAN,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과는 산관학 공동연구를 끝마치고 조만간 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또 멕시코와는 현재 양국간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인도 캐나다와의 FTA 체결도 추진을 검토하는 등 전 세계 28개 나라와 FTA 동시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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