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 弱달러 발언]외국인, 환율진정까지 매수 늦출듯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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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쇼크’가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22일 종합주가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주말보다 17.04포인트(1.97%) 떨어진 849.99로 장을 마쳤다. 85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달 10일 이후 처음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주말 달러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한 뒤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 하락을 우려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팔자’에 나섰기 때문.》

▽원화 강세의 득실=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면 단기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악재가 된다. 같은 물량을 수출하더라도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줄어든다.

동원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100원에서 1000원으로 9% 하락할 경우 국내 전체 기업의 원화 환산 영업이익은 약 2% 줄어든다.

동원증권 고유선(高裕善) 선임연구원은 “수출기업들은 수출단가를 올려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분을 상쇄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가 최근 둔화되는 국면이어서 수출단가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 기간 비(非)달러화 자산의 수익률은 높았기 때문.

모건스탠리증권 박천웅(朴天雄) 상무는 “1980년대 초반 일본의 엔화 강세, 1990년대 중반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상승했을 때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주식시장이 붐을 형성한 것은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어떻게 움직일까=지난해 4∼9월 원-달러 환율은 1260원에서 1150원으로 곤두박질쳤지만 지수는 42% 상승했다.

이런 양상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올해 11월 1일 원-달러 환율이 1119원일 때 주가지수는 832.52였다. 19일 환율이 1068.7원까지 떨어졌지만 지수는 오히려 878.59로 치솟았다. 이 기간 외국인은 1574억원을 순매수(주식을 산 것에서 판 것을 뺀 차액)하며 지수를 끌어올린 것. 하지만 외국인이 종전처럼 공격적으로 주식을 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

메릴린치증권 이원기(李元基) 전무는 “원-달러 환율이 진정될 때까지 외국인은 주식 매수시기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이 다시 떨어지는 시기에 외국인이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개인투자자의 대응 방법=증권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원-달러 환율 하락의 혜택을 보는 업종도 있는 만큼 내수주를 중심으로 선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지는 대신 내수기업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

메리츠증권 윤세욱(尹世郁)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망하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 자금이 국내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는 만큼 전력 정유 등 대표적인 수입 업종에 선별 투자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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