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각 기업의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은 대부분 김 부장처럼 정상퇴근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11월 초면 경영기획팀은 다음해 경영환경 전망과 회사 내부여건에 대한 분석작업을 완료해야 한다. 최고경영자는 이 분석을 토대로 경영기조와 목표를 결정한다.
그러나 내년에는 리스크 요인이 너무 많아 기획담당자들이 경영환경 전망을 아직까지 확정하지 못한 기업이 많다. 또 최악의 시나리오를 어느 선에서 만들어야 하는지도 고심하고 있다.
기업들이 공통으로 고심 중인 리스크는 △환율 리스크 △중국 리스크 △내수 회복 여부 △경제외적 변수 등 크게 4가지다.
▽환율 및 중국 리스크=기업들은 원-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얼마까지 떨어질 것이지 예측하기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10월 말 내년 경영기획을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130원으로 가정하고 작성했다가 최근 환율이 급격하게 출렁이면서 경영기획을 다시 짜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기준 환율을 1050원선에서 다시 짜고 있다. 최악의 환율 시나리오, 즉 원-달러 환율이 어느 선까지 떨어질 때 적자 수출이 되는지 분석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LG화학처럼 대중(對中)수출 비중이 높거나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처럼 중국에 대규모의 생산법인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중국 리스크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 시점과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로 보느냐에 따라 경영기획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
▽가늠할 수 없는 내수 회복 시점=유통, 패션, 가전, 식음료 등 내수 회사들은 소비심리회복 시기를 가늠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발표로는 내수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하는데 현장에서는 소비심리가 회복되려면 멀었다는 보고가 계속 올라와 경영기조를 잡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내년도 신규 할인점 개설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유통업체도 상당수다.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연체율 수준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유용주 전략기획팀 부장은 “내수침체가 계속되면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은행의 내년 리스크는 중소기업의 대출 관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유가 및 경제외적 변수=항공, 석유화학 등 유가에 민감한 업종들은 기준유가 설정에 애를 먹고 있다. 유가가 수요 및 공급 요인 외에 중동 정세 등 경제외적 변수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커져 유가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
건설회사들은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림산업 권필상 기획담당 전무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정도시, 뉴딜정책의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없어 내년 계획을 못 짜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경제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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