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성장률 하향조정]정부 “油價만 제자리면…” 낙관론 고수

  • 입력 2004년 9월 30일 18시 42분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이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올해와 내년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추자 낙관론을 펼쳐온 정부가 곤혹스러운 입장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낙관론으로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최대한 줄여보자는 전략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이승우(李昇雨) 경제정책국장은 30일 “하반기에 두바이유 기준으로 유가가 배럴당 37∼38달러인 현 수준만 유지해준다면 올해 5% 성장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국장은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5.4%였는데도 IMF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낮춘 것은 너무 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상황에 따라 연간 성장률이 4.9%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심각한 경제상황을 일부 인정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ADB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데 대해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만 더 비관적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비관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적극적 경기부양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국장은 “가만히 있으면 내년도에 5% 성장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정책 등 여러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년 우리 경제는 4%대 후반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정부는 추가적인 정책을 통해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 성장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IMF 전망치(4.6%)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내년도가 올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경제본부장은 “IMF나 ADB가 당초 전망치를 낮추는 것은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경제문제가 정치사회 문제에 희석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가 내년도 실질성장률을 5%대로 예상하고 예산을 짰기 때문에 만약 성장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규모 적자재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의 건전성마저 무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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