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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9월 22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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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들까지 각종 개발 계획을 쏟아내고 있어 이들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확정되지도 않은 개발계획을 부풀려 쓸모없는 땅을 시세보다 5∼10배 비싸게 팔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보통 수백명의 전화영업사원을 두고 무작위로 전화를 해 개발예정지 인근의 임야 등을 비싼 값에 팔아치우는 부동산업자를 말한다. 최근 기획부동산이 많아지면서 서울 강남 일대에는 한 건물에 기획부동산업체가 3, 4개씩 입주한 곳이 늘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34 경기 안양시 동안구 부흥동)는 최근 강원 횡성군 우천면 일대 임야에 투자하라는 전화를 집요하게 받고 있다. 상대는 TV드라마 토지의 촬영세트장이 들어설 유망한 땅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서 쏟아지는 감언이설. 동해안의 정동진역이 TV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에 뜬 것처럼 이곳에서 촬영이 시작되면 2∼3배 값이 뛰는 것은 우스울 것이라고 유혹했다.
개발재료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인근에 골프대학이 들어서고 횡성에는 원주∼강릉 간 새 철도역이 생길 것이라고 읊었다. 인근 현대성우리조트 스키장에서 앞으로 열린다는 국제스노보드 대회까지 들먹였다.
그러나 주변 시세를 확인할 때 필요한 지번(地番)은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 기획부동산의 공통점. 무조건 사무실로 나와 보라는 식으로 유혹한다. 사무실로 가면 그럴듯한 개발계획문서와 지도 등을 내보이며 바람을 잡는다.
김씨의 경우 상대방은 평당 28만∼3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해당 지역 임야의 시세는 평당 2만∼5만원.
횡성군의 M부동산 중개업자는 7월부터 기획부동산의 전화를 받은 서울 사람들의 땅값 확인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평당 30만원이면 횡성군에서는 임야보다 훨씬 비싼 관리지역(옛 준농림지) 땅을 골라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 인근 지역인 충남 부여 서천군 일대, 각종 관광지 개발로 들썩이는 서남해안 일대, 펜션 개발지로 포장하기 좋은 제주도 땅 등이 기획부동산의 단골 메뉴들이다.
기획부동산들은 통상 1만∼3만평의 임야를 사서 100∼300평 단위로 나눠 판다. 소액투자자들이 투자하기 좋도록 투자금액이 3000만∼5000만원 정도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6개월이나 1년 만에 회사를 없애버린다.
부동산 관련 소송을 주로 다루는 최광석 변호사는 기획부동산에서 개발가치나 전망 등만 얘기했을 경우에는 사기죄로 고소하는 것조차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설사 거짓말을 했다 해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이미 이들이 사라지고 난 뒤가 대부분 이라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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