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3차 오일쇼크 가시화… 올4%대 성장 흔들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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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한국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제현상)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 경기도 위축되면서 한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유가가 더 오르면 올해 4%대의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3차 오일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3차 오일쇼크’ 가능성 있다=일부 전문가들은 1차 오일쇼크(1974∼76년)와 2차 오일쇼크(1980∼82년)에 이은 ‘3차 오일쇼크’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상승을 방치하고 미국 석유재고까지 불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어 올 하반기 평균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40달러에 이른다면 3차 오일쇼크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는 “하반기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 기준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50달러 선을 넘어서면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아직은 1, 2차 오일쇼크 때와는 상황이 달라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많다.

1, 2차 석유파동 때는 실제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심리적 불안 요인이 클 뿐 공급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비상 걸린 한국경제=오일쇼크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지만 고유가 상황이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異見)이 별로 없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물가, 수출 등 전 분야에 걸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유가 34.5달러(북해산 브렌트유 기준)를 전제로 하반기 성장률을 5.0%, 소비자물가상승률을 3.8%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브렌트유는 19일 현재 44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수준이 하반기에 계속된다면 성장률은 4.4%로, 물가는 4.7%로 높아진다.

무역수지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두바이유가 37달러대를 유지할 경우 무역수지가 연간 120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9일 “유가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도해 한국으로서는 수출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비상경영에 들어간 기업=기업들은 비상경영에 착수, ‘한 등 끄기’를 비롯한 에너지절약에 나서는가 하면 상품가격 인상, 공장가동 중단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화섬업체들은 성수기에 90%를 넘었던 공장가동률을 최근에는 70∼80% 선까지 낮추며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전체 비용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공업계도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비용이 눈 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 부담을 이기기 위해 15일부터 국제선 요금을 4∼5% 인상했으며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 승객이 적거나 수익성이 낮은 노선에 대해 감편 및 운휴를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휴대전화 등을 비행기로 수출하고 있는데 고유가에 따른 항공운임 인상이 원가상승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고유가와 강판가격 상승 등 전체적인 비용 상승에 따라 연구 생산 판매 등 사업부문별로 급하지 않은 투자와 지출을 자제하고 유동성 관리를 강화하는 등 본격적인 내핍경영에 나섰다.

주요 업종별 기업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유가 수준(단위:달러, 두바이유 기준)
업종기업 채산성의 급격한 악화기업 운영이 불가능
상대적으로채산성 악화가빠르게 진행되는 업종섬유33.543.2
전기전자33.842.8
철강33.943.6
건설34.140.0
조선34.537.0
상대적으로유리한 업종정보통신35.446.4
기계36.358.0
석유화학36.448.2
운송 및 유통36.653.8
자동차 및 부품39.755.0

*올해 5월 말 122개 기업의 기획실 임원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조선 건설업은 수주 당시 제품 가격이 결정되고 공사 도중에 유가 인상을 반영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분석됨. 정보통신업종은 반도체 부문 포함.

자료: 현대경제연구원·대한상공회의소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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