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화재 ‘백기사 작전’ 재미 쏠쏠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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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업계 하위권 업체인 그린화재가 백기사기법을 활용한 보험 판매망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백기사기법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된 기업에 적대 세력의 공격을 차단해주는 원군(援軍) 역할을 해주는 대신 반대급부로 보험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지분 매입과 영업을 연계한 방식에 대해 ‘경영권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기업 환경을 제대로 포착한 판매 전략이라는 평가와 함께 특정 회사 집중투자로 자산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시각이 혼재돼 있다.

▽그린화재의 ‘제휴기업’=그린화재가 지금까지 지분 투자 등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한 곳은 대우자동차판매 대한해운 코오롱 등 3곳. 그린화재의 대우자판 지분은 8.52%로 이달 중 임시주총에서 그린화재측 인사가 대우자판 등기임원으로 정식 선임된다. 대한해운은 노르웨이 해운업체인 골라LNG의 집중적인 지분 매집(약 21%) 공격을 받았다. 그린화재는 대한해운의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어치를 인수하면서 ‘백기사’를 자임하고 나섰다. 코오롱 지분도 올해 2월부터 꾸준히 매입하면서 약 6.04%를 확보해뒀다.

▽목표는 판매 채널 확보=그린화재가 우호세력으로 부상한 이후 대한해운 대우자판과의 ‘협력관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적대적 M&A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대한해운은 우호 세력으로 등장한 그린화재 창구를 통해 적하보험 선박보험의 일부를 가입하고 있다.


대우자판과의 제휴관계는 더욱 공들이는 분야. 대우자판은 전국 520개 대리점을 보유하고 1000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확보하고 있는 자동차판매 전문회사. 고객 DB는 자동차보험과 상해보험 판매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린화재는 대우자판 전국 대리점을 통한 자동차보험 판매와 할부금융업(오토 파이낸스) 진출 등 구체적인 제휴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코오롱 지분 매집도 ‘백기사 역할’과 단체보험 인수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협력관계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알려졌다.

▽상반된 시각=그린화재는 지난해부터 잇단 자본 확충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기준치인 100%를 약간 넘는 117%(3월말 기준)에 머물고 있다. 총자산도 45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회사 규모에 걸맞지 않은 자산운용 방식에 적지 않은 우려감을 표시한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특정 종목을 집중 매입하는 것은 자산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요지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그린화재 양기석 전무는 “종목당 한도 내에서 보험영업에 도움이 되고 저평가된 기업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영업력에서 우위를 확보한 다음 다른 중소 손보사와의 인수합병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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