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만 된다면 외로움쯤이야”…등대지기 공채 28.5 대 1

  • 입력 2004년 6월 25일 19시 08분


“등대지기라도 좋다. 취업만 할 수 있다면….” 청년층의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서해안에 설치된 등대에서 근무할 등대원(기능직 10급)을 뽑는 시험에 지원자가 대거 몰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최근 등대원 2명을 모집하는 2004년 1회 기능직 국가공무원 특별채용시험에 57명이 지원해 2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기능직 10급 직원이 받는 급여는 수당까지 합쳐 연봉 1500여만원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에는 지원자격을 전기공사기능사 전기기기기능사 무선설비기능사 항로표지기능사 등의 자격증 가운데 1개 이상의 자격증 보유자로 제한했는데도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인천해양청은 1999년 등대원 2명을 특채했으나 2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으며, 1명을 뽑은 2001년에도 5명만이 지원했을 뿐이었다.

지원자의 학력도 전문대 졸업 이상 35명(61.4%), 고졸 22명(38.6%)으로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모 지방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이번 시험에 응시한 A씨(28)는 “등대원 생활이 외롭겠지만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생각하니 이 직종도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서무계 고문수씨는 “섬에서 생활하며 한 달에 1주일 정도만 육지로 나올 수 있는 등대원 모집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을 보면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해양청이 관할하는 유인등대는 옹진군 팔미도와 부도, 소청도, 선미도 등 4곳에 있으며 현재 등대마다 4명의 직원이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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