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도 지갑 닫는다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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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경기를 비관하는 소비층이 고소득층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 체감경기가 3년6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면서 내수침체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4분기(4∼6월) 현재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9로 2000년 4·4분기(10∼12월)의 66 이후 3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현재생활형편 CSI는 6개월 전 생활과 현재 생활을 비교한 것이다.

또 앞으로 6개월 동안의 생활형편을 예상하는 생활형편전망 CSI도 전 분기 84에서 80으로 4포인트 하락해 하반기 경기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증폭되고 있다. 생활형편 CSI 역시 2000년 4·4분기(68)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2002년 1·4분기(105) 이후 9분기 연속 하락하고 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현재의 경기를 평가한 현재경기판단 CSI도 45로 전 분기(52)보다 떨어졌다. 앞으로 6개월간 경기를 내다본 향후경기전망 CSI 역시 73에서 64로 하락해 경기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더 우세해졌다.

특히 월 소득 3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현재생활형편 CSI는 전 분기 88에서 2·4분기에 82로 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 소득계층이 77에서 75로,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 계층이 68에서 64로 떨어진 데 비해 하락폭이 큰 것이다.

또 향후 6개월간 소비지출 성향을 보여주는 소비지출전망 CSI는 300만원 이상 계층이 전 분기 121에서 109로 12포인트나 떨어져 전체 가구(111→102)에 비해 하락폭이 컸다. 300만원 이상 계층이 향후 1년간 가계수입을 예상한 가계수입전망 CSI도 104에서 99로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김철(金徹) 한은 통계조사팀 과장은 “소비심리 위축현상이 고소득층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고소득층까지 소비를 꺼릴 경우 내수회복 시기는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비자동향지수(CSI) : 현재생활형편 CSI는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생활형편을 나타낸다. 100 미만이면 생활형편이 나빠졌다고 생각하는 가구가 좋아졌다고 생각한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을 초과하면 그 반대다. 생활형편전망 CSI는 앞으로 6개월 동안의 생활형편을 전망한 것. 나빠질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으면 지수는 100 미만으로 나타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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