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노조, 사회기금 요구…“비정규직 임금도 올려야”

  • 입력 2004년 6월 11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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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조가 회사측과 임금협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요구해 이 문제가 올해 임금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현대차 노조(위원장 이상욱)는 11일 오전 운영위원회를 열고 “10일 열린 10차 임금협상에서 회사측이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며 “적법절차를 거쳐 쟁의행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14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쟁의 발생을 결의한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민주노총의 2차 집중투쟁기간인 이달 말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와 쌍용자동차, GM대우 등 다른 완성차 노조들도 회사측에 사회공헌기금 출연을 요구해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노조는 아직 협상 결렬을 선언하지 않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11일부터 한 달간 임금협상을 벌여왔으나 노조측이 요구한 ‘순이익의 5% 사회공헌기금 출연’과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현재 67%) 수준으로 인상’ 등 2개항에서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노조가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을 요구한 순이익 5%는 지난해(순이익 1조7000억원 발생) 기준으로 850억원 규모.

노조는 “수익의 일정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며 “사회공헌기금 출연은 앞으로 자동차 수입개방 등으로 회사가 어려움에 처할 경우 국민에게 ‘국산 자동차를 이용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 되기 때문에 결국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노조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비정규직 임금 인상은 2002년부터 계속 요구해 온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복지향상은 결국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회사측은 “사회공헌기금 출연과 비정규직 임금인상은 개별기업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다”며 “정부와 다른 기업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 밖에도 임금 12만7171원(기본급 대비 10.48%) 인상,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으며 회사측은 아직 임금인상폭을 제시하지 않았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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