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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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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시간 떨어진 칭푸(靑浦)구에서는 상하이시와 홍콩기업이 합자해 짓는 32만m²(약 9만6970평) 넓이의 명품 아웃렛 쇼핑몰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자고 나면 고층 빌딩이 하나씩 들어서는’ 상하이이므로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가 아니라도 쑹장(松江) 지역에서는 28만m²(약 8만4848평) 규모, 우자오창(五角場) 지역에서는 26만m²(약 7만8788평) 규모의 대형 쇼핑몰 공사도 예정돼있다. 이를 포함해 올해 안에 첫 삽을 뜰 쇼핑몰만 33개에 이른다. 바야흐로 상하이의 유통산업은 꽃봉오리를 활짝 열기 직전이다.
24일 오전 9시. 상하이 시청 인근 26층 건물에서 만난 주화(朱樺) 상하이시 상업경제연구원센터 부주임은 “지금까지 중국은 제조업 발전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유통산업에 소홀했지만 6월 1일부터 외국계 유통기업에 대한 개정 법률이 시행되면서 유통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92년 유통시장을 개방했고 2000년대 들어 외국계 유통업체 지분을 49%까지 허용했다. 올 6월부터는 지분을 99%, 12월이면 100%까지 늘릴 수 있다. 홈쇼핑 인터넷쇼핑 등 새로운 업태에 대한 법률도 6월부터 시행된다. 최근 몇 년간 슈퍼마켓 할인점 아웃렛 등 신유통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주 부주임은 “이미 진출해 있는 10개 이상의 외국계 유통기업은 적응단계를 지나 이제 대규모 확장단계에 들어섰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상하이에는 한국의 이마트를 비롯해 까르푸, 오샹, 메트로, OBI, B&Q, 이케아, 이세탄, 팍슨, 로손, 세븐일레븐 등 세계 각국 유통업체가 매장을 열고 있다. 이 중 많은 기업이 새로운 매장을 짓고 있거나 매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김선민 이마트 상하이법인 총경리는 “월마트 까르푸 등이 상하이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마트도 부지 확보를 위해 이들 업체와 경쟁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시내에 있는 할인점 등 신유통 매장은 지난해 말 이미 195개로 2002년보다 39.3% 늘어났다. 자가용도 2002년보다 30% 늘어나면서 차를 타고 대형 쇼핑몰을 이용하는 생활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3000평이 넘는 대형 매장과 넓은 주차시설을 갖추고 복합쇼핑센터를 끌어들인 거대 쇼핑몰이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중국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13억 소비시장’ 이외에도 세계 각지 매장으로 싼 물건을 공급하는 ‘납품기지’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시장에는 기회만큼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시장이 큰 만큼 경쟁력 있는 다국적 유통기업들이 전력투구하고 있어 성공하기도 쉽지 않다. 매장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신용카드와 물류가 아직도 발아단계다.
또 중국 정부는 최근 재정긴축을 발표했다. 유통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은행 대출을 통한 부지 매입이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앞으로는 규제가 강화될 전망.
하지만 주 부주임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중국의 인건비는 2년에 한 번씩 올려야 하는 규정이 있다. 지금은 인건비가 낮지만 언제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할지 알 수 없다. 건물 임대료나 땅값은 매년 2, 3배, 높게는 5, 6배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것이 3∼5년 안에 중국 유통시장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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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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