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째 “사자”… 증시U턴?

  • 입력 2004년 5월 19일 17시 48분


코멘트
외국인들이 다시 ‘입질’을 시작하면서 한국 증시가 기력을 되찾고 있다. 지난주 관망세로 돌아선 외국인들이 이번 주부터 ‘사자’로 돌아섰다. 일부 외국계 장기 투자 펀드들은 폭락장 속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우량 종목을 사들이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 증시의 ‘화수분’인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온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주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그동안 점찍어 둔 우량주를 사들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한국 증시 입질하는 외국인=11일 이후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매도세가 쑥 들어갔다. 대신 18일 395억원, 19일 17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이틀 연속 ‘사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진정된 데다 최근 주가가 급락한 우량주들의 투자 매력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거래소 103개 주요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6.1배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성진경 연구원은 “지난해 5월 이후 외국인의 평균 순매수(산 금액에서 판 금액을 뺀 것) 지수가 790선이기 때문에 중장기 펀드라면 현재 주가 수준에서 공격적인 매도세를 보일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계 중장기 펀드들은 폭락장을 틈타 ‘우량주 쇼핑’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 거래소 시장에서 △아틀란티스 코리안 스몰러컴퍼니스 펀드(신세계건설, 대양금속, 삼성엔지니어링) △템플턴자산운용(하이트맥주) △도이치인베스트먼트(대한통운, 대구백화점) △피델리티펀드(금호전기) △UBS AG(고려아연) △캐피털 그룹 인터내셔널(LG전선, 농심) 등 15개 외국계 펀드가 22개 종목의 지분을 5% 이상 사들였다.

영국계 아틀란티스 펀드는 아이레보, 토필드, 리노공업, 엔터기술, 태광 등 코스닥 종목에도 투자했다.

▽외국인 돌아오나=아직은 본격적인 외국인 매수 전환은 아니라는 견해가 많다. 외국인들은 이날 코스피(KOSPI)200 선물시장에서 2437계약 순매도를 쏟아내며 현물 시장과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는 매도 물량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현재 주가 상승이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으로 보는 불안 심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반등할 경우 대기 중인 외국인 차익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봤다.

모건스탠리 박천웅 상무는 “현재 주가가 워낙 싸기 때문에 외국인 매수세가 나오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해외 4대 악재(중국 쇼크, 고유가, 미국 금리인상, 세계 경기 하락)와 국내 변수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 임지원 이사는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것”이라며 “외국계 중장기 펀드들은 한국의 노동시장과 공공부문 개혁, 내수 회복 시기 등을 놓고 투자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