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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3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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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4동과 방배동, 강남구 논현1, 2동과 역삼동, 삼성동의 중고가 빌라와 다가구,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이 대표적인 경우. 월세가 지난해 가을에 비해 20% 이상 하락하고 매매가도 지난해 10·29대책 이후 정체를 면치 못하는 등 매물은 쌓이고 수요자는 없는 형편이다.
▽썰렁한 주택가=2일 오후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 중개업소들에는 ‘급매-80평 빌라 6억5000만원’ ‘60평 월세, 150만원’ 등의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반년 전에 비해 20∼30% 이상 싸진 가격이다. 새로 지은 빌라나 다가구주택들 앞에도 ‘특가 분양’이 줄줄이 적혀 있었다.
40∼60평형대 빌라의 평당 매매가는 800만∼1200만원, 60평형 이상 고급 빌라의 시세는 1500만원 수준으로 2, 3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월세는 오히려 하락해 600만∼1000만원대의 고급 빌라들은 400만∼800만원대로, 150만∼200만원 하던 중고가 빌라들은 100만∼150만원대로 떨어졌다.
센츄리21KS공인 김승 대표는 “인근 빌라의 30∼40%가 팔리지 않거나 임대 손님이 없어 비어 있다”면서 “고속철도 개통 이후 알스톰사 직원 등 프랑스인들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논현동이나 역삼동도 사정은 비슷했다. 논현동의 경우 대학가 앞에서나 볼 수 있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짜리 월세방도 눈에 띄었다. 빌라도 평당 매매가는 1000만원대 미만이 많았다.
선릉역 부근 재원공인 이경순 이사는 “지난해 겨울부터 매물이 많아지더니 올 봄 들어서는 쌓이기 시작했다”며 “가전제품과 편의시설이 포함된 10평짜리 ‘호텔식 옵션방’의 경우 월세 130만원하던 것이 현재는 100만∼110만원이며 70만원짜리 방은 40만∼50만원까지 떨어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와 전망=전문가들은 1, 2년 새 빌라나 다가구주택이 워낙 많이 생겨난 데다 상대적으로 주거 여건이 좋은 고급아파트촌이 늘어나며 비아파트촌의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경기 양극화로 인해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회사원들이 강남을 떠나는 것도 이유로 보고 있다.
지역별 원인도 있다. 반포4동은 주 거주자들인 프랑스인들이 많이 떠났고, 논현동 다가구촌은 룸살롱 경기불황으로 인해 직업여성들이 방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것. 예일부동산 강종우 과장은 “현재 논현동 일대 빌라와 다가구주택 공실률이 20% 가까이 된다”며 “독방을 쓰던 유흥주점 종업원들이 최근엔 2, 3명이 한 방을 쓰는 경우가 많아 월세가 20% 이상 싸졌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또 “최근 1년 새 매매거래는 고작 1건밖에 못했을 정도로 경기가 바닥상태”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주상복합 등 표준화된 고급 아파트들이 생겨나면서 상대적으로 주택가 빌라 수요가 줄어드는 것 같다”며 “공급 과잉과 경기 양극화, 부동산시장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당분간 이런 추세가 계속되고 대출금이 낀 경매물건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 강남의 3개동 인구와 가구 수 변화 | ||
| 2001년 인구(가구) | 2003년 인구(가구) | |
| 반포4동 | 1만9088명(6199) | 1만8697명(6577) |
| 논현1동 | 2만6460명(1만1910) | 2만7308명(1만3107) |
| 역삼2동 | 2만9967명(1만405) | 2만2798명(8803) |
| 자료:서초구청, 강남구청 | ||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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