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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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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고덕주공 1단지 인근 한 중개업자의 얘기다. 그는 “물건을 사거나 팔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시세나 호가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 1단지 인근 20여개 중개업소는 주택거래신고제가 도입된 지난달 26일 이후 국세청의 현장 단속이 이어지자 5일까지 아예 단체 휴업을 하기로 했다.
주택거래신고제 실시 일주일 만에 서울 강남 강동 송파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해당 4개 지역 부동산 시장이 거래실종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거래 두절과 호가 급락=부동산정보제공업체 닥터아파트가 4월 24∼30일 아파트 시세변동률을 조사한 결과 송파구(―0.53%), 강동구(―0.25%), 강남구(―0.12%), 분당구(―0.10%) 등지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 여파로 서울지역 아파트 시세 변동률은 ―0.05%를 보였다. ‘10·29대책’ 이후 1월 16일 처음 상승세로 반등한 이후 15주 만의 하락세다.
특히 가격 오름세를 주도했던 재건축아파트 시세 변동률이 4월 셋째주 0.41%에서 지난주 ―0.64%로 급락했다.
이 가운데 송파구 재건축 단지가 지난주 평균 1.52% 하락하는 등 가장 약세를 보였다. 신천시영과 가락시영이 일주일 사이에 평형별로 2000만∼3000만원씩 하락했으며 잠실주공 2, 3단지도 평형별로 500만∼2000만원 하락했다.
강남구에서도 개포주공 1단지가 일주일 사이에 평형별로 2000만원가량 호가가 떨어졌다.
실수요자가 많다고 평가되는 분당의 경우도 2주째 거래 단절 속에 매매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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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거래 동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매수 희망자는 취득세 및 등록세가 올라가는 만큼 값을 깎자는 입장이나 팔려는 사람은 아직 이런 요구를 억울하게 생각해 쉽사리 가격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신도시 내 현대공인 김경옥 실장은 “급한 물건의 처리는 일단락된 상황에서 ‘신고제가 전국적으로 좀더 확산되면 집값 깎기 요구는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매도 희망자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과천, 성남, 화성시 등 신고제를 적용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전반적인 호가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 시행상 혼선=주택거래신고제의 효과가 1차적으로 거래 동결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거래 당사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제도 적용지역에서 집값이 그다지 오르지 않은 주택을 갖고 있는 이들은 ‘도매금식 제도 적용’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주택거래 신고를 받는 일선 창구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해당 구청에서는 주택거래신고를 받으면서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는 가격’을 가르쳐주고 있는데 건교부는 극구 기준 가격을 알려주지 말도록 지시하고 있다.
건교부는 최근 “지난달 29일까지 신고가 접수된 총 9건 가운데 기준가격에 맞춰 신고된 2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일선 구청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신고가격에 대해 실사(實査)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건교부는 그러면서도 신고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다시 접수하라’는 식의 ‘창구 지도’를 통해 신고가격을 기준가격에 근접시키는 것을 말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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