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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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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지 포브스 일본판 5월호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10년 이상 이어진 장기 불황에서 살아남은 일본 기업들은 ‘3가지 벽’을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재무의 벽=90년대 초 일본의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은행 도산이 줄을 이었다. 당시 기업의 최대 현안은 비용을 줄여 자금을 확보하는 것.
유통 전문 기업인 이온은 ‘점장→차장→과장→사원’에 이르는 수직적인 인사구조를 수평적으로 바꿨다. 일부 점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점장 대행을 시켜 인건비를 큰 폭으로 줄였다.
가격파괴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는 최근 ‘연공서열’ 대신 ‘성과급’ 제도를 도입했다. 유니클로는 매장에서 일하는 20대 근무자가 많아 평균연령이 낮다. 하지만 연공서열에 의한 인건비 상승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략수립의 벽=자금이 원활하게 돌아간다면 성장의 기초가 마련된 셈. 다음은 회사의 중점 사업을 결정할 차례다.
샤프는 액정패널 제품에 승부수를 띄웠다. 올 1월 미에(三重)현에 최첨단 액정TV 공장인 가메야마공장을 설립했고, 올 여름에는 제2공장도 지을 계획이다. 대부분 일본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공장을 옮기는 데 비해 샤프는 일본 내 공장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 생산에 주력했다.
포브스는 “후진국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전자제품의 조립 대신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할 만큼 높은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에 주력한 것이 샤프의 경쟁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현재 샤프는 세계 액정패널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강자다.
‘제품개발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마쓰시타는 최근 영업이익과 제품력에서 소니를 앞질렀다. 마쓰시타의 성공은 분산된 부품자회사를 한곳으로 모으고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포브스는 전했다.
▽전략실행의 벽=종합상사 가네마쓰는 90년대 말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가 되살아난 기업. 불가능하게 보였던 구조조정을 실행에 옮긴 덕택이었다.
가네마쓰는 99년 도쿄미쓰비시은행 등으로부터 1700억엔(약 1조7000억원)의 채무면제를 요청하면서 도쿄미쓰비시은행의 주도 아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먼저 2000명에 이르던 종업원을 700명으로 대폭 줄였고, 주력 사업이었던 섬유 사업 부문을 매각해 현금을 늘렸다.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된 식품, 정보기술(IT), 철강, 생명공학 등에는 자금과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했다.
포브스는 “사원들 사이에 위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발적으로 구조개혁에 협조한 덕분에 구조조정을 1년 만에 끝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3가지 벽 | ||
| 재무의 벽 | 이온 | ―‘점장→차장→과장→사원’ 등 수직구조를 수평구조로 바꿈 ―아르바이트생에게도 점장 대행을 시킴 |
| 유니클로 | ―연공서열 대신 성과에 기초한 임금 체계 | |
| NEC | ―시스템LSI, 레이저 프린터 사업 등 비(非)주력 사업 매각 | |
| 전략수립의 벽 | 샤프 | ―액정패널에 집중 투자 ―고부가가치 부품 산업에 투자 |
| 마쓰시타 | ―분산된 부품회사를 집중시키고 연구개발에 주력 ―주주를 의식한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개혁을 우선시 | |
| 전략실행의 벽 | 가네마쓰 | ―2000명의 종업원을 70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 실행 ―일부 사업부문 매각을 통해 현금 확보 |
| 자료:포브스 일본판 5월호 | ||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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