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PDP 분쟁

  • 입력 2004년 4월 21일 15시 33분


일본 도쿄세관은 PDP 기본기술 침해를 이유로 후지쓰가 제기한 삼성SDI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수입금지 요청을 받아들여 21일부터 관련 제품의 통관을 보류했다.

삼성SDI는 이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문제를 제기할 것을 검토하는 등 전면 대응키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일본삼성주식회사 관계자는 21일 "토쿄세관측에서 사전 통보는 없었다"면서 "확인 결과 이날 통관 예정이었던 삼성SDI의 PDP 제품이 통관보류된 상태"라고 말했다.

일본삼성측은 권리침해 사실을 가리기 위한 세관의 심리 절차 등에 대한 대책과 관련, "한국 본사의 지시를 받아서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통관보류된 PDP 제품은 PC용 액정모니터 등 일반 소비자용이 아니라 대형 TV나 전광판 등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에 부품으로 공급해온 것"이라며 "시장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며 금액 면으로도 그리 큰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 세관의 수입금지 조치는 그간 가짜상표 부착 상품 등 외관상 권리침해 사실이 명백한 제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으며 제조기술과 관련해 수입금지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쓰는 6일 일본과 미국 법원에 각각 특허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과 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일본에서는 SDI가 생산한 PDP를 수입, 판매하는 일본삼성을 상대로 수입 및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며 동시에 도쿄세관에 대해 관세정률법에 따른 수입금지조치를 요청했었다. 미 캘리포니아 중부연방지방법원에는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 일렉트로닉스 아메리카 등 3개사를 상대로 수입 및 판매금지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후지쓰는 소장에서 삼성SDI가 PDP의 밝기(휘도)를 높이고 수명을 길게 하는 발광(發光)구조에 관한 특허, 다양한 색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특허 등 10여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 세관은 앞으로 특허소송과는 별도로 해당 제품의 권리침해여부에 대한 심사를 하게 되며 권리침해 인정시 수입품은 반송, 혹은 폐기되거나 몰수된다. 심사에는 1개월 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관이 수입금지신청을 받아들인 후 10일(연장시 20일) 이내에 권리침해 사실이 없다고 판정한 뒤 삼성이 담보를 제공하면 통관이 재개된다. 그러나 이때에도 후지쓰가 특허청 장관에게 의견조회를 요구하면 삼성측은 장관 회신(30일 이내)후 열흘간 공탁을 하지 못해 그만큼 수입금지조치 기간이 연장된다.

후지쓰는 PDP 관련 기술을 1967년부터 개발, 세계 각국에 800여건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마쓰시타전기 등 일본 국내기업과는 특허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를 제소한 것은 협상이 결렬되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보도했다.

지난해 세계 PDP 시장 점유율은 후지쓰가 23.9%로 수위이며 삼성SDI는 20.0%로 2위이다. PDP 시장은 최근 급격히 늘고 있어 작년 세계시장 규모는 25억 달러로 추산된다.

◆삼성 "정면 대응"

삼성SDI는 21일 "최종 수입금지가 확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세관이 일방적으로 통관을 보류한 것은 국제무역 관례를 벗어난 것"이라며 "WTO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또 "일본의 개정 관세정률법 21조는 모조·모방품의 수입을 금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 법에 의거해 특허침해와 관련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과 같이 기술 및 특허와 관련된 내용으로 수입 금지를 심사하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 사례"라고 밝혔다.

삼성SDI가 '이례적 사례'라는 용어까지 써가며 일본을 비난하는 데는 일본이 PDP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허 시비'를 걸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삼성SDI는 "이번 수입보류 조치는 삼성SDI의 올해 1·4분기 PDP 판매량이 16만8000대로 전분기보다 39%나 증가해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한 것에 대한 강력한 견제 의도"라며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성장에 대한 일본의 견제가 가시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삼성SDI측은 "수입금지가 최종 확정되더라도 일본에 직수출하는 PDP는 월3000대로 전 세계 수출물량의 3~4% 미만이기 때문에 PDP 판매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SDI의 PDP 모듈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일본의 TV 업체들은 주로 영국, 멕시코, 스페인, 동남아에서 PDP TV를 양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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