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홍권희/MS-선 ‘화해의 악수’

  • 입력 2004년 4월 7일 17시 58분


코멘트
2일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 기자들 앞에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나란히 섰다. 모두 디트로이트 출신에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함께 다녔지만 각각 회사 대표직을 맡으면서 원수지간이 돼버렸다.

“요즘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우리가 가는 곳마다 고객들은 ‘우리는 두 회사의 기술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에겐 평화가 필요하다.”

맥닐리 회장이 수년을 끌어온 두 회사간 분쟁이 마무리됐음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합의에는 MS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에 △반독점 소송 타결을 위해 7억달러 △특허침해 문제 해결에 9억달러 △기술 사용료로 우선 3억5000만달러 등 총 19억5000만달러(약 2조2400억원)를 지급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두 회사는 또 10년간 ‘고객을 위한 폭넓은 기술적 협력’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두 회사가 냉전을 끝내기로 한 것은 둘 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요즘 사업이 부진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2일에도 전체 종업원의 9%인 3300명의 일시해고를 발표해야 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돈이 필요했다.

MS는 미국 법무부와 몇몇 주정부가 제기한 끼워팔기 등 혐의의 반독점 소송은 겨우 타결한 바 있다. 그렇지만 같은 혐의로 유럽연합(EU)으로부터 6억1300만달러의 기록적인 벌금을 두들겨 맞았고 경쟁업체에 기술적 정보를 더 내주라는 명령을 받게 됐다. MS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의 화해를 통해 EU 소송을 풀어나가기를 원했다. EU의 판결 열흘 후 화해가 전격 발표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화해 제안은 맥닐리 회장측에서 먼저 보냈다. ‘고객을 위해 그만 싸우자’는 것이었다. 화해협상은 주로 전화나 골프 회동을 통해 해나갔다. 나중엔 남몰래 서로 사옥을 방문해 협상을 했다. 두 회사의 화해는 일단 윈-윈이 될 것 같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주로 대기업인 두 회사의 고객들도 한 회사 제품만 쓰거나 두 회사 제품을 사서 비용을 들여가며 결합해서 사용하던 불편을 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