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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4월 5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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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향을 맨 먼저 쏘아올린 쪽은 매일유업. 마시는 요구르트 ‘장에는 gg’에 주력하던 매일유업은 최근 이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 ‘프로바이오 gg’를 내놓았다. 이 제품에 대한 판촉활동의 하나로 매일은 ‘바나나 똥을 누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제품을 마시면 장운동을 활성화해 굵고 노란 색의 바나나처럼 생긴 똥을 누게 된다는 말. ‘바나나 똥 체험단’도 모집했으며 심지어 신문에 변 모양의 바나나를 대문짝만하게 클로즈업한 광고도 싣고 있다.
이에 질세라 남양유업도 불가리스를 업그레이드한 ‘불가리스 프라임’을 내놓으면서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쾌변 불가리스’다. 남양과 매일은 광고지면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슬그머니 ‘변 다툼’에 합류한 회사도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업그레이드 윌’을 내놓으면서 설사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업계에서는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제품을 내놓거나 판촉활동을 벌였다.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한다는 ‘윌’을 필두로 많은 업체가 건강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을 집중 홍보했던 것.
올해부터 업체들이 변으로 관심을 돌린 것은 ‘웰빙 바람’의 또 다른 측면 같다.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은 이제 단순히 먹는 것에 이어 ‘잘 먹고 잘 싸자’로 발전하고 있는 것. 현대인들이 대부분 변비로 고생한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무엇이든 직접 써보고 확인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을 잡아준다는 것보다 아침마다 보는 변을 확인하도록 하는 게 얼마나 현실적인가.
식품에다 변을 논하는 것은 그동안 일종의 ‘금기사항’이었다. 이제 한국사회에서는 점점 ‘해서는 안될 일’이 사라지는 것 같다.

하임숙 경제부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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