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 “美-中 올 성장 둔화 한국도 타격 입을듯”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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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성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올해 중국의 성장도 틀림없이 둔화된다. 한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박사(사진)는 24일 세계 경제에 대한 보수적인 전망과 함께 한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로치씨는 미국 경제의 거품 가능성과 함께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온 월가(街)의 대표적인 비관론자. 최근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현행 1%에서 3%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았다.

이날 로치박사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미국 경제의 성장은 저금리와 세금 감면 정책에 기댄 소비증가의 결과”라며 “자산 거품이 상당 수준에 이른 데다 정부의 적자도 유례없이 커지고 있어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달러화 가치는 현재보다 10% 이상 더 떨어져야 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로치박사는 차기 세계 경제 성장의 엔진인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이어받기도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 방문 직전 중국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본 결과 이들이 중국 경기의 과열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경기둔화정책을 예상보다 빨리 진행할 계획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아직은 완전한 자본주의체제가 아닌 만큼 시장은 정부정책에 그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가 예상하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 수준. 작년 중국의 실질성장률이 최대 13%에 이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절반 가까이 하락하는 셈이다.

로치박사는 “이 경우 수출의 36%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잃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기술혁신과 새로운 시장 공략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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