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車 매각 무산…中란싱 입찰제안서 수정요구 거부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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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란싱(藍星)그룹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쌍용차 채권단은 원점에서 다시 매각협상을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24일 란싱그룹이 최종 입찰제안서를 수정하라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란싱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배제했다고 발표했다.

조흥은행은 “란싱이 지난해 12월 22일 체결한 양해각서(MOU)상의 중대한 사항을 위반했다”며 “25일 채권단회의를 연 뒤 이를 공식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채권단회의에서는 쌍용차 매각을 일정 기간 늦춰 2차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하는 방안과 기업 가치를 높인 뒤 재입찰을 실시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란싱은 24일 인수주간사회사인 네오플럭스를 통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채권단에 통보했다.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란싱이 최종입찰제안서에 제시한 최저 인수가격이 MOU 체결 당시 쌍방이 합의했던 가격의 85%에도 미치지 못했다”면서 “그동안 채권단은 MOU 내용을 충실히 이행했지만 란싱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란싱측은 “평택공장에 대한 현장실사(實査)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등 단일 인수가격을 제시하기에는 불확실한 측면이 많아 각 조건에 따라 합리적으로 인수가격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매각협상이 사실상 결렬된 것은 중국 정부 때문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란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경쟁자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공업집단공사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채권단은 란싱이 15일 제출한 최종인수제안서를 17일 반려하면서 인수가격이 상하 범위를 두고 있으므로 분명한 가격을 제시할 것과 투자승인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증공문을 첨부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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