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불연재 생산 (주)서한안타민

  • 입력 2004년 3월 10일 0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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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지 않는 내장재를 생산하고 있는 인천 남동공단 ㈜서한안타민 이균길 사장(59)은 최근 병을 앓고 있는 소방관을 찾아 직원들과 함께 모은 금일봉을 전달했다.

이 사장이 방문한 소방관은 1999년 10월 청소년 5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를 진압하다 부상한 후유증에다 백혈병까지 겹쳐 5년 동안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인천 남부소방서 소속 김재국씨(48).

이 사장은 “호프집 화재사건을 계기로 좋은 상품을 개발해 돈을 벌게 됐다”며 김 소방관의 쾌유를 빌었다.

김 소방관은 “누님에게 골수를 이식받아 건강이 회복되고 있으니 곧 출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사장의 손을 맞잡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 사장은 피아노 등 악기 광택 보강재를 만들어오다 호프집 화재사건 이후 불연 내장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5명의 연구원들과 함께 시중에 나온 불연성분을 가구재와 혼합하는 기술 개발에 2년간 몰두한 끝에 새 제품을 내놓게 됐다.

회사 이름도 20년 동안 써오던 서한메라민에서 서한안타민으로 바꾸었다. 불에 타지 않는다는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 위해 ‘안타’를 집어넣은 것.

“흙 석회 등 무기질을 원료로 하면 불에 타지 않는데 이들 원료는 가구와 잘 접착이 되지 않고 색상도 좋지 않더군요. 무기질 80%에 유리섬유 멜라민 등 유기질 20%를 섞은 불연재를 개발했습니다.”

규소를 주 원료로 한 이 제품은 한국소방검정공사의 FI(불연 성능)와 과학기술부의 신기술(KT마크), 조달청 우수제품 등으로 인정받았다.

또 미국 안전규격협회의 UL마크와 철도 선박 등의 내장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한 영국의 BS6853와 로이드마크를 획득했다.

이 제품은 색상이 다양한데다 주방벽면, 바닥, 천정, 칸막이 등의 각종 내장재에 응용할 수 있다. 불에 타지 않는 것은 물론 유독가스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의 자랑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큰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행정자치부 산하 소방검정공사는 이 제품과 다른 제품으로 만든 전동차 내장을 비교하는 공개 시연회를 열었다.

이후 대구지하철과 지하철 분당선에 투입되는 전동차와 고속철도 내장재로 납품되는 행운을 얻었다.

이 사장은 “중소기업체의 기술을 총집합해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든 것 뿐”이라며 “앞으로 타지 않으면서 새집증후군을 차단하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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