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DVD시장 불법복제 초비상…복제방지기술 미흡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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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화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DVD 시장이 ‘해적판’의 불법 유통으로 인해 음반 시장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영화계가 DVD 판매와 임대를 통해 벌어들인 금액은 225억달러로 전체 매출의 40%에 이른다. 1997년 영화계 매출에서 DVD 관련은 1%에 불과했다.

DVD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은 값싼 DVD 플레이어가 속속 선보이고 있기 때문. 최근 월마트는 개당 29.87달러(약 3만5800원)짜리를 선보일 정도로 DVD 플레이어의 가격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02년에는 미국 가정의 20% 정도가 DVD 플레이어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영화계를 ‘흐뭇하게’ 하는 것은 고객들이 비디오테이프와 달리 DVD는 빌려 보기보다 소장용으로 아예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 DVD 시장이 커지면서 극장에서는 흥행에 참패했던 영화도 가정에서 다시 소생할 수 있게 돼 영화 제작사들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적판 DVD가 출현하면서 기존 시장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DVD 플레이어의 확산과 함께 DVD 기록장치(리코더)의 보급도 늘어나 집에서 간단한 장치로 원본을 복제하거나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시중에 유통시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DVD리코더를 대거 선보인 라스베이거스 전자쇼를 일부 영화사들이 ‘해적 설비 쇼’라고 비아냥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사들은 저작권 등 법적 수단을 통해 해적판 DVD의 유통을 막는 한편 복제를 방지하는 기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육지책으로 영화 개봉과 DVD 출시를 동시에 실시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워너홈비디오의 워런 리버파브 전 사장은 “해적판 증가로 인해 현재 15∼20달러 선인 DVD 가격이 조만간 10달러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영화계가 불법 CD와 인터넷 무료 다운로드로 크게 위축된 음반업계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너뮤직그룹의 로저 에임스 사장은 “영화계도 불법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음반업계의 노력에 동참해야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앞으로 올 악령을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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