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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2월 1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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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준안 처리에 반대해 온 ‘농촌당’ 의원들도 이날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실력 저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이처럼 표결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농촌 출신 의원들에 대한 정부와 각 당 지도부의 전방위 설득 작업이 주효했기 때문.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 석방결의안은 통과시키고, 국익과 관련된 FTA 처리는 연기시켰다”는 비난 여론을 만회하려는 듯 비준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전 의총에서 “FTA 처리는 당의 명운이 걸린 문제다. 찬성 당론을 정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개개인의 공천 전략에 회복불능의 타격을 입히겠다”고 강력하게 당론에 따라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당내 농촌 출신 의원 20여명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도 거듭 처리 불가피 입장을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본회의 직전 다시 의총을 열어 “반대하는 의원들도 웬만하면 찬성해 달라. 정 부담스러우면 본회의에 참석하지 말라”며 양자택일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도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직접 찬성투표를 독려하는 등 비준안 통과를 위해 적극 나섰다.
조 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자유투표로 하기로 했지만 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찬성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지도부가 동의를 해 준다면 (이 문제에) 신임을 걸겠다. 각자 소신이 다르긴 하겠지만 국가 전체를 봐서 투표해야 한다”며 반대 의원들을 강하게 압박했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비준안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이 “정부에서 농민이 수긍할 만한 농촌지원책을 추가로 내놓은 게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으나 대세는 이미 통과 쪽으로 기울었다.
정부도 발 벗고 뛰었다.
고건(高建) 국무총리와 허상만(許祥萬) 농림부 장관은 본회의에 앞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민주당 이정일(李正一) 의원 등 농촌 출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추가 지원대책을 약속하는 등 표결 직전까지 분주하게 설득작업을 벌였다.
표결은 기명(記名)투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일 본회의 때 전자투표를 강하게 요구했던 농촌 출신 의원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의 농촌 출신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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