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용인 못해" 한은 "개입 중단"…'환율방어' 두 목소리

  • 입력 2004년 1월 25일 17시 32분


환율정책을 둘러싸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의견차가 커지고 있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재경부는 수출 호조를 이어가기 위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중경(崔重卿)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내수 부진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출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환율하락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특히 환투기가 심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개입이나 규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은은 지나친 환율방어가 외환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수준에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은의 고위 관계자는 “재경부가 주도하는 환율방어는 적정 수준을 넘어섰는데도 개입의 강도가 계속 세지고 있다”라며 “특히 최근 환율의 급변동을 막기 위해 도입된 역외선물환시장(NDF)에 대한 규제는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20일 한은의 경제동향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전문가들도 “외환시장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시장기능을 왜곡시키고 대외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외환보유액 급증이 내수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4월 총선을 앞둔 정부의 경제정책이 수출주도의 경기상승에만 집중돼 과도한 환율방어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환율을 지나치게 방어하다가 능력에 한계가 오면 환율이 급락해 오히려 수출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