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03증시]<下>개미들의 성적표

  • 입력 2003년 12월 3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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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들고 있다가 망했다. 손절매(損切賣·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매입가격 이하로 파는 것)를 하고 외국인 선호종목으로 갈아탔어야 했는데….”

“남이 좋다는 종목 무작정 따라 하다가 쪽박만 찼다.”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증시에서 보여준 투자성적표는 썩 좋지 못하다. ‘개미’들이 올해 순매수한 20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평균 ―12.36%. 반면 올해 순매도한 20개 종목의 주가는 평균 76.96%나 급등했다. 외국인과 정반대로 매매하면서 손실폭이 더 커졌다.

▽손절매 원칙을 지켰다면…=개인투자자들의 마음에는 98, 99년 코스닥의 폭등 후(後)폭풍이 적잖게 남아 있다.

5000만원가량을 주식투자하고 있는 이형빈씨(이하 가명·36·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올해 투자수익률은 평균 ―30% 정도. 코스닥 벤처종목 투자에서 손실이 크게 났다.

이씨는 “손절매 타이밍을 놓치면서 가슴에 ‘멍’만 들었다. 99년 코스닥에서 경험한 ‘대박 기억’ 때문에 정신이 흐려졌다. 코스닥 종목을 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개미들의 심정이 대부분 나와 같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업투자자 박철우씨(50·경기 고양시 일산구)는 “손절매를 하면 종목 교체를 통해 손실을 일부나마 줄였을 텐데 그럴 기회를 놓쳐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종목 선택도 우왕좌왕=강성주씨(36·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5000만원을 투자해 한창 좋을 때 2억원까지 돈을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2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강씨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토대로 소형주 위주로 투자했으나 재미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동료가 ‘작전주’라고 알려준 종목을 9월에 주당 6000원대에 매입했지만 지금은 2300원대로 급락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에 손댄 게 실수”라며 후회했다.

회사원 김종석씨(32·서울 양천구 신월동)는 “남들이 좋다고 하면 잘 알지 못하더라도 덥석 잡아버린다”며 “이런 ‘뇌동매매’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미들의 내년 전략은?=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에게 맞서는 것보다 ‘외국인 따라하기’가 훨씬 안정적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데이트레이더 김석우씨(45·서울 노원구 중계동)는 “외국인의 매매패턴이 가장 중요한 투자정보가 됐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입질하기 시작한 종목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이형빈씨는 “내년 하반기쯤 소비가 회복되면서 주식시장에도 시중자금이 몰릴 것 같다”며 “LG SK 현대그룹 계열사 중 계열분리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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