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쇠고기 분쟁’ 먹구름…美, 수입재개 압력 가능성

  • 입력 2003년 12월 28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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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데 대해 미국 정부가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기로 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일단 광우병이 발생한 나라에서는 발생 시점 및 종료 여부에 관계없이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 왔다.

그러나 통상전문가들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일본 멕시코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의 3대 수입국인 한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수입 재개를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수입 재개 압력 넣을 가능성이 높은 미국=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부산물 수입량은 20만8954t으로 일본과 멕시코에 이어 세계 3위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일본과 한국시장을 포기할 경우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미국에서 축산관련 단체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미국의 ‘대한(對韓) 압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이수화(李秀華) 원장은 “미국 축산업계의 정치적 영향력은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여러 명 동원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광우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제외한 살코기 등에 대해서는 교역이 가능하도록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5일 국제수역(獸疫)사무국(OIE)에 “엄격한 광우병 관련 국제검역기준이 무역자유화에 장애가 되고 있으니 그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분간 수입 재개는 어려울 듯=미국의 대표단 파견에 대해 주무부처인 농림부와 통상교섭본부는 미국측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달중(金達重) 농림부 축산국장은 “현재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미국측 의도를 분석하고 있다”며 “미국 대표단이 한국에 오기에 앞서 29일 일본에 들를 예정이어서 일본에 어떤 요청을 하는지를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농축산물을 수입할 때는 △가축위생 설문서 송부 △가축위생설문 답변서 검토 및 수입 위험 분석 △수출국 현지 점검 △수입위생조건 작성 및 고시 △수입위생 조건 제정 및 작업장 승인 등 몇 년이 걸리는 8단계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

여기에다 미국산 쇠고기를 위험하다고 보는 국민 여론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압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에 따라 한국 정부가 내년 말까지 쌀 수출국들과 마무리해야 하는 ‘쌀 재협상’과 이번 문제를 연계시켜 국익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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